63일동안 청와대 딱 한번 방문
黃총리, 국정운영 방식 등 고심


고건 전 국무총리는 회고록 ‘국정은 소통이더라’에서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 1회 청와대에 와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회의 결과만 보고하면 된다고 청와대에 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한시적으로 맡은 국정관리의 업무를 낮은 자세로 철저히 하겠다는 소신인 셈이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 직무정지 63일 동안 외국대사 신임장 제정을 위해 단 한 차례만 청와대를 방문했다.

하지만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을 대신해 100만여 명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과 군통수권, 그리고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외빈을 접대하는 등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고 전 총리는 업무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수차례 돌출 발언을 한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에게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정치 사안에 대해 발언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경고한 뒤 “해임까지도 고려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강 당시 장관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고 전 총리의 사례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통령을 대신해 내각 임명 제청권과 공무원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작성한 연설문도 거의 수정하지 않았다. 그는 “3월 17일 공군사관학교 임관식이 열렸다. 행사를 앞두고 대통령 비서실에서 연설문을 담당하는 보좌관이 원고를 가져왔다. 총리실 연설 담당 보좌관이 내가 하는 화법에 맞춰 원고에 손을 댔는데 ‘당장 원본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 직무대행인 만큼 대통령의 발언을 대독하는 것으로 업무를 스스로 한정했다 .

8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준비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노 대통령 탄핵상황을 참고해 ‘대통령 권한대행 매뉴얼’까지 작성한 상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듯 황교안 국무총리는 ‘행정의 달인’이었던 고 전 총리의 사례를 참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12년 전 고 전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권한 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을 소극적으로 대행하는 것이지 적극적인 대행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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