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통과 5일만에 벌써 추경론
KDI “상반기 편성도 고려해야”


기획재정부는 8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생산과 투자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하방 위험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우리 경제를 진단했다. 암울한 경기전망이 이어지면서 사상 첫 400조 원대 ‘슈퍼예산’이 지난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내년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3년 연속 추경론(論)’이 솔솔 불고 있다. 지금 같은 국정 마비 상태에선 돈을 더 푸는 것 외에 경기부양을 위한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정책효과로 소비가 반등했다”면서도 “생산과 투자 전반이 부진해 회복세가 다소 둔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새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금리 인상 속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정치 불안 등 국내적 요인에 의한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기재부가 지난 6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내년 전체 세출 예산의 3분의 2(68%)를 상반기에 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뒤에 쓸 돈을 앞으로 당겨 쓰는 셈이라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 만든 예산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내년 초 당장 추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당장 추경 추진이 어려우면 초기엔 재정 집행률을 높이고, 하반기에는 추경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필요시 상반기에라도 추경 편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말해 추경론에 불을 지폈다.

올해 개선된 세입 여건도 추경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1∼9월 누계 국세수입은 1년 전과 비교해 22조6000억 원 늘었다.

관련 부처 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때까지 재정 외에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가용수단이 사실상 없다”며 “국가채무 비율도 40%를 밑도는 만큼 내년 초에 재정 집행률을 대폭 높이고 후반기에 추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성장률이란 수치 자체를 높이기 위해 재정이 경제를 지탱토록 한다면 돈만 까먹는 셈”이라며 “정치 상황 등을 일단 지켜본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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