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건 사례 참고해 매뉴얼 작성
全軍 지휘경계령으로 첫 업무
다음날 대국민담화·NSC 소집
경제부총리 인선 마무리 관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국방→외교→치안 순의 비상플랜이 가동된다. 총리실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사진) 전 국무총리의 행보를 적극 참고해 황교안 대통령직 권한대행체제의 가동준비에 들어갔다.

8일 총리실에 따르면 12년 전인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후 헌정사상 첫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고 전 총리의 사례를 참고해 ‘대통령 권한대행 매뉴얼’을 작성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 총리는 탄핵이 가결된 직후 직무가 정지되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100만여 명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과 군통수권, 그리고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외빈을 접대하는 등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한시적으로 갖게 된다.

황 총리는 가장 먼저 전군에 지휘경계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상황 오판에 따른 국지도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이 안보공백에 대해 지닌 불안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황 총리의 다음 행보는 각국 주재대사관을 통해 한국의 대외정책 변화가 없다는 내용을 알리도록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하는 일이다. 또 12월 중순으로 추진되던 일본 도쿄(東京)에서의 한·중·일 정상회의 등 임박한 정상 외교 일정에 대해 불참을 비롯한 입장 변화를 일본과 중국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치안 분야의 경우에도 고 전 총리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전국 경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했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는 탄핵 다음 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할 예정이다. 황 총리가 경제부총리 인선을 마무리할지도 관심사다. 인사권을 갖는 만큼 그는 탄핵안 가결 후 시장에 안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해 경제총괄사령탑인 경제부총리 인선에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힐 가능성도 있다. 물론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유임할지 아니면 후임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 교체할지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과 비공식적 상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 총리는 박 대통령이 1차 대국민담화를 한 직후인 지난 10월 29일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한 이후 사실상 국정 주요 현안을 총괄 점검해 왔다. 박 대통령이 쏟아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의혹으로 인해 사실상 국정운영에 손을 놓고 있었던 만큼 그는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통해 국정을 챙겨왔다. 황 총리는 협의회 참석범위를 주요부처 장관까지 확대해 상설기구로 운영해왔다.

협의회는 엄중한 국정 상황에 대응해 국정 현안에 대한 인식을 내각이 공유하고 내각의 팀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포스트 탄핵을 앞둔 비상시국에서 예행연습을 한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실된 촛불 정국에서 황 총리는 한 달여간 눈에 보이지 않게 국정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며 국정 현안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왔다. 황 총리는 14차례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주재하며 41건의 지시를 했고 4건의 부처 건의사항을 수용하며 국정을 관리해왔다.

정충신·인지현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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