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 등 ‘즉각 총선’ 요구
무디스“정치경제 혼란 불가피”
신용등급 전망 ‘안정적→부정적’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7일 내년도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총리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개헌안 부결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혼란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7일 da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렌치 총리는 이날 오후 로마 퀴리날레(대통령궁)를 찾아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렌치 총리는 개헌안 부결 직후인 5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예산안 상원 통과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사표를 내기 전에는 민주당 중진 모임에 참석해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임을 잊지 말고 대통령이 이 위기를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모든 정당이 차기 총리를 뽑는 데 의견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권력 투쟁을 통해 지난 2014년 2월 22일 총리에 오른 렌치 총리는 취임 1020일 만에 물러서게 됐다. 렌치 총리는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4번째로 장수 내각을 기록했으나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에 발목이 잡히며 짐을 쌌다.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서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르면 8일부터 주요 정당 대표들과 만나 차기 총리 인선 문제에 관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국민 투표 반대를 이끌어낸 오성운동과 북부연맹 등은 즉각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또 현재 선거 1위 정당에 55%의 의석을 몰아주는 현 선거법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투표 부결로 혼란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헌법 개정안 부결은 이탈리아의 정치적·경제적 개혁 노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국내총생산(GDP) 대비 133%)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경제적 전망이 나빠지고, 부채 부담이 늘어난다고 판단되면 현재 ‘Baa2’인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렌치 총리 사퇴에 따른 정국 혼란과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등으로 이탈리아 은행권 위기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중앙은행(ECB)에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자본 확충 시한을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는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EU) 구제금융 기구에 150억 유로의 대출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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