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기업… 스타 영입 외면
최고액 계약 예상됐던 박성현
후원사 찾지 못해 훈련 차질
박인비·전인지도 재계약 난망

후원 취소 대회수 감소 불보듯
갤러리 줄어 흥행도 먹구름
이 와중에 KLPGA 내분까지
최강 여자골프 ‘깊은 해저드’


본격적인 추위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여자골프는 꽁꽁 얼어붙었다.

여자골프의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해 연말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스타 영입 경쟁에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주방가구전문기업 넵스와 연말 계약종료를 앞둔 박성현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에 앞서 역대 최고 후원계약이 유력했다. 그러나 박성현의 스폰서를 자처하는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업들이 움츠러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성현은 내년 LPGA 진출을 앞두고 동계훈련에 돌입해야 하지만, 후원 계약을 하지 못해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28)는 KB금융그룹, 올해 LPGA투어 신인상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한 전인지(22)는 하이트진로와 올 연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재계약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 스타급마저 스폰서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국내 무대에선 후원 기업의 로고조차 달지 못하는 여자 선수들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최순실 사건 여파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마저 위축시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의 후원 축소, 중단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마저 낳고 있다. KLPGA투어는 올해 역대 최다, 최고인 33개 대회에 총상금 212억 원이었다. 대회는 대개 3년 단위로 후원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KLPGA는 계약 만료된 대회 중 1∼2개를 재계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순실 사건으로 인한 경제·정치 리스크가 커졌고, 내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는 등 경제 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대회 후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골프계의 중론이다.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녔던 스타급의 잇따른 해외 진출은 국내 무대 흥행 전선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14년 상금왕 김효주(21)가 미국으로 떠나자 지난해 전인지(22)가 등장해 공백을 메웠고, 전인지가 떠나자 올해에는 박성현이 7승을 거두며 흥행몰이에 앞장섰다. 올해를 끝으로 박성현이 미국에 진출한다. 그러나 내년 시즌을 채워줄 뚜렷한 박성현의 후계자가 없어 KLPGA의 인기 하락 또한 예상된다. 올해 KLPGA의 전체 관중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으며, 내년엔 관중 감소 폭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KLPGA는 심각한 내분으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KLPGA 회원들은 현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구자용 전 회장이 올해 초 사퇴한 뒤 1년 동안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춘자 부회장 등 집행부가 기업인 출신 대신 Y법무법인 대표를 ‘관리형 회장’으로 내세우려 하자, 회원들은 ‘바지 회장’을 내세워 장기집권을 꾀한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일부 회원은 “회장 후보로 기업인 출신을 추천하고 싶지만, 집행부가 ‘이미 회장 후보가 있고, 경선으로 갈 수는 없다’면서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최근 KLPGA 대의원 간담회에서 집행부에 중계권 헐값 계약, KLPGA를 통하지 않고 해외 프로암대회에 출전한 선수에게 입맛대로 수당을 차등 지급한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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