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을 배우다 / 마거릿 크룩생크 지음, 이경미 옮김 / 동녘

“나이 든 여성들이 늙어빠진 몸으로 간주되는 만큼 신체적 외양이 그들의 존재 자체를 압도한다. 식민지 지배자에게 피식민지인이 검은 피부라면 그들이 오직 검은색으로 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이 든 사람들은 노쇠한 몸뚱이로 등치될 뿐이다. 지배집단과 신체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열등한 지위를 단정 짓는 단 하나의 열쇠다.”

머리말에 저자가 들고 있는 위의 사례처럼 이 책은 ‘나이듦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통념에 강력히 항의한다. 그리고 저자는 “노화 혹은 노년의 삶이 개인의 차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문화적으로 디자인되고 있으며 특히 여성문제와 연관돼 있지만 그것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편안하고 행복한 ‘나이듦’은 어떤 것인지 해답을 모색한다.

미 메인대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여성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최근 은퇴한 저자는 건강, 정치학, 인문학, 페미니스트, 노년학, 문화분석 등 북미와 유럽 학자들의 다양한 분석 틀을 들이댄다.

사회에 만연한 소비주의는 이상적 시민이란 가능한 한 오래도록 젊게 사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도덕의 이름’으로 유포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주의’에 입각한 ‘신자유주의가’가 낳은 문화적 소산이자 보잘것없는 기념비다.

또 백세 인생을 얘기하면서도 노인은 돌봄과 부양의 대상인 사회의 골칫덩이에 불과한 개체다. 이를 의식한 노인들은 강박적으로 나이 듦에 대해 신경을 쓰며 수동성, 광대 짓, 자신이 노인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 등을 보인다. 게다가 여성은 가족에 대한 돌봄 제공의 역할까지 강요받으며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임금 차별로 인해 집에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유급직을 포기해야 할 사람은 늘 여성이며 그들의 사회참여는 제한된다. 이로 인한 재정적 희생은 그들이 나이 들어 빈곤의 늪에 빠질 확률을 더 높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노년을 기획해야 할까. 저자는 “싹을 틔우지 못한 채 숨어있는 잠재력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노년은 성숙의 계절이고,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시간이며 여성들에게 노년은 자유와 제한을 동시에 선사하는 때라는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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