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처럼 세간의 이슈를 모조리 빨아들이던 국정농단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묻는 투표가 실시된다.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제 공은 국회에서 특별검사 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사상 초유의 헌정 농단 사태인 데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이번 특검단은 역대 최대 규모로 구성됐다. 또한, 검찰 안팎에서 평판이 좋은 베테랑 특별수사통을 특별검사로 임명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한편, 이번 특검에 거는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온 태도가 너무나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소환 과정에서 검찰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늑장을 부려 빈축을 샀으며, 또 다른 핵심인 우병우는 검찰 앞에서도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해 누가 검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국민이 정치하고 언론이 수사한다’는 얘기까지 나왔겠는가? 특검이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번만큼을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국정농단의 실체를 하나도 빠짐없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첫째, 특검은 더 이상 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정치검찰이 돼선 안 된다. 그동안 여러 번 특검이 있었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는 메스를 대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만약 이번에도 과거처럼 눈치 보기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성난 민심의 예봉을 피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특검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성역 없이 수사해 반드시 국정농단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비선 실세는 물론 권력 주변에서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고 국정농단을 방치한 이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이번 기회에 법치국가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워 훼손된 국격(國格)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헌법을 비롯해 주요 법제가 제정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온전한 법치국가라고 보기에는 부끄럽다. 우리나라 법의 잣대는 늘 ‘백 없고 돈 없는 사람’에게만 엄할 뿐, 권력이나 재벌에는 한없이 너그러웠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차제에 특검이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부패의 연결 고리를 끊는다면, 우리도 명실상부한 법치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검은 절호의 기회다. 일본의 경우, 유명한 ‘록히드사건(1976년)’에서 도쿄지검이 당시 최고 권력자이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를 ‘뇌물죄’로 체포한 것이 법치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계기가 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셋째, 선택과 집중으로 국정농단의 실체를 신속하게 규명, 이른 시일 내에 국민 각자가 제 위치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촛불을 든 수백만 시민의 희생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왔으니, 지금부터는 국회와 특검의 몫이다. 분노와 허탈감으로 상처 입은 국민을 보듬고 위로해 하루바삐 각자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전 국민의 눈과 귀는 국회에서 특검에 집중될 것이다. ‘오늘의 경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상황은 내일도 마찬가지’라고 한 어느 방송 앵커의 멘트는 바로 특검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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