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제 조약이나 협정은
일방 파기해도 효력 안사라져”
야권서도 신중론 목소리 커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 외교·안보 중대 사항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어 여·야·정 협의체 운영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협정을 파기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국가신뢰도 문제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는 상대국이 있는 문제인 만큼 야권의 무책임한 주장이 우리나라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에서 신중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사드나 GSOMIA 등 국가와 국가 사이의 외교적 사안에 대해서 국회가 뒤집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이번 정권에서 추진한 협정에 대해 문제 제기는 계속하더라도, 협정을 중단하는 것은 이번 정부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 정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현 정권에서 야권이 주도적으로 나서 사드나 GSOMIA를 중단하는 등 적극 재검토해야 한다는 야권 지도부의 기존 견해와 차이가 있다.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드의 중국 보복 조치 등 정부가 손 놓고 있는 현안을 낱낱이 점검하겠다”고 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사드 배치와 GSOMIA 등 중대 현안은 더 진행하지 말고, 새 정부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신중론을 제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여·야·정 협의체에서는 점령군처럼 완장을 차고 행세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 문제가 되는 역사교과서, 성과연봉제, GSOMIA, 사드 배치와 중국 경제보복 등 박근혜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하고 그런 태도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국제 조약이나 협정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해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무책임한 주장은 결국 우리나라 위상만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대통령이 추진했던 협정이라고 해서 야권이 국민투표를 해 본 것도 아닌데 국민이 거기에 반대한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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