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같이 할 수 없다”
제 3지대 머물며 상황 주시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국회 통과를 계기로 ‘친박(친박근혜)계와는 같이 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귀국하는 반 총장과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일단 기존 정당보다는 제3지대에 머물면서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예상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탈당할 경우 제3지대의 정치적 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포함 제3지대에 머무는 인사들이 개헌에 적극적이어서 이 공간이 개헌파의 집결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5일 반 총장 측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의 친박계나 비박(비박근혜)계가 모두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데 반 총장이 어느 쪽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반 총장은 미래를 진실하게 주도하는 세력과 함께할 것이며 내년 초에나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최근 반 총장에게 구애를 했지만, 반 총장 측은 “대선에 나가더라도 새누리당과 손잡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정 전 총리도 친박계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정 전 총리는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수도 있고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또는 제3지대 합류 등 모든 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새누리당 친박계와는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제3지대에는 손 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포진해있고 새누리당 비박계나 민주당 비문(비문재인)계가 탈당하면 이 공간에 흡수될 수 있다. 제3지대는 뚜렷한 지역적 기반이나 결속력이 강한 세력은 부족하지만 촛불집회를 계기로 기득권 정치에 대한 민심의 실망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있는 데다 대부분 분권형 개헌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정치이념적 공감대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 측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세계 각국의 난제라든지 개발관계 등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숙된 위상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에서)준비된 사람으로 할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에서는 반 총장의 뜻과 상관없이 계파를 떠나 물밑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사퇴를 선언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 총장의 킹메이커 역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며 원내대표에 출마한 친박계 정우택 의원도 반 총장의 대선 후보 영입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한다.

신선종·김윤희 기자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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