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 복합환경실험실에서 연구개발본부 임직원들이 러시아 현지전략모델 ‘크레타’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 복합환경실험실에서 연구개발본부 임직원들이 러시아 현지전략모델 ‘크레타’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 ③ 철저한 ‘현지화’ 작업

현대차, 눈길·배출가스 시험
추운날씨 대비 완벽한 실험
러시아 베스트셀링카 노려

올해 인도 시장 진출 20년
도로환경·운전자 습관 맞춰
편의사양·디자인 맞춤 개발

브라질 시장도 점유율 10%
중동 시장서도 ‘브랜드’ 1위
“지속적으로 생산판매 유지”


지난 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배기3동 건물 내 복합환경실험실. 연구원들이 영하 4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실험실(챔버)에서 흰색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놓고 한창 실험을 준비 중이었다.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낯선 근육질 외관을 지닌 차의 정체는 현대차가 인도에 이어 러시아, 중남미 등에 출시해 돌풍을 일으킨 현지전략모델 SUV ‘크레타(Creta)’. 이날 실험은 2.0 모델에 이어 내년 러시아 시장에 출시 예정인 1.6 4륜구동(4WD) 모델의 배출가스 테스트였다.

크레타가 처음 출시된 나라인 인도와 달리 추운 날씨의 러시아에서는 상온 배출가스 시험 외에도 추가로 영하 7도에서 배출가스 시험이 필요하다. 크레타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들이 관련 인증검사를 위한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는 이유다.

소형RV총괄PM(Project Management)장을 맡은 정찬복 이사는 “저온에서는 차량 저항이 크고 증발하지 못한 가솔린이 엔진벽에 붙어 상온보다 연료 분사량이 많아지고 배출가스 역시 많다”며 “추운 날씨에도 배출가스 규제를 통과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개발 단계에서 10차례 이상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인도에 출시된 크레타는 출시 첫 달 6783대가 판매되며 인도 SUV 시장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판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1.6 가솔린(최고출력 123마력)과 1.6 디젤(128마력), 1.4 디젤(90마력)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하고 강인한 디자인, 고급 안전·편의사양 등이 호응을 얻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성공에 고무된 현대차는 올해 8월 러시아에도 크레타를 투입해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중남미, 동유럽에 이어 내년 초 브라질 출시까지 앞두고 있다.

현지전략모델인 크레타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 작업에 힘입은 결과라는 평가다. 현대차는 크레타의 러시아 출시에 앞서 한겨울 추위가 한창인 지난해 1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러시아공장이 자리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1만650㎞를 횡단하며 극한 환경 속에서 차량 성능을 테스트했다. 여기서 얻은 경험으로 눈길 주행 시 필수인 워셔액 탱크를 기존 2.5ℓ에서 4.6ℓ로 대폭 키웠고 배터리 용량 역시 확대했다.

크레타와 같이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현지전략차종 개발 및 생산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비결 중 첫손에 꼽힌다. 올해 진출 20년을 맞은 인도의 경우 현대차는 현지 도로 환경과 인도 운전자들의 운전습관 등을 면밀히 고려해 그동안 이온과 i10, i20 등을 개발해 판매했다. 부품 현지 조달률을 높이고 지나친 고가 편의사양은 줄이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운전 편의성, 여유로운 실내공간 등을 강조해 고속 성장하는 인도에서 부동의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현지전략모델을 앞세워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러시아는 저유가로 최근 몇 년간 내수시장이 계속 위축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생산시설을 폐쇄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뚝심 있게 생산판매를 지속해 지난 10월 역대 최고치인 시장점유율 23.1%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전략차종인 현대차 쏠라리스와 기아차 리오가 1∼10월 러시아시장 판매 1, 2위를 기록해 러시아 국민차로 불리는 라다의 그란타를 제치고 올해 베스트셀링카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브라질에서도 올해 사상 최초로 연간 점유율 10%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1월 브라질시장에서 1만8000대를 판매해 10.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1월까지 누적 점유율도 10.0%로, 연간 첫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침체에 빠진 중동 시장에서도 주요 국가에서 선전을 펼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스라엘에서 토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차를 제치고 나란히 브랜드 판매순위 1, 2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현지화 전략과 지속적인 생산판매 유지 및 확대, 틈새시장 개척 등을 통해 앞으로도 신흥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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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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