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에 따르면,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제압하려 하면 악한 자들은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 집단적으로 반발하므로 오히려 선한 사람이 다치게 된다. 하지만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가르치고 교화시켜 선한 사람으로 만들면 모두가 한마음이 돼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작금의 새누리당 윤리위원회 사태를 보면, 보수를 대변하는 집권 여당으로서 보수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윤리(倫理), 즉 선함과는 거리가 한참 먼 한심스러운 작태다. 선함과 악함을 넘어서 시스템으로써 정당한 절차(due process)라는 개념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물어야 할 지경이다.
새누리당은 당내의 윤리적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사실 윤리위원회 위원들의 면면은 결정 내용의 수용성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출당(黜黨)과 같은 매우 엄중한 벌을 내리는 결정을 앞둔 경우 더더욱 위원들의 선함과 선임 과정의 정당성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징계를 앞두고 윤리위원회를 재편하는 수준으로 친박계 인사를 대거 임명하자 기존 윤리위원들이 모두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새 위원 중에는 윤리위 심사 대상이 될 만한 비윤리적 인사들도 있다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 패배하고 1호 당원인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는 혼란 속에서 결정적으로 의지해야 할 가치는 도덕이고 윤리라 할 때, 이러한 윤리위 내홍은 새누리당을 회복 불능의 지경으로 내몰 수 있다.
정권을 창출해 정책을 선도할 책임이 있는 정당의 윤리기구는 최악에 이른 정치 불신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자정(自淨) 약속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윤리위원회가 도덕적 권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정당의 국민 신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근의 국정 혼란에 대한 반성은커녕 촛불 민심에 대한 두려움도, 자숙(自肅)하고자 하는 진정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가 지향하는 이념을 정의해 보면, 보수란 과거의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전통을 잘 보존하고, 법질서를 준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말기 삼정의 문란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도덕적 가치, 윤리적 전통, 법질서 준수라는 부분에 대한 혼돈이 상당하다. 따라서 민주주의, 특히 대의(代議)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수를 견지하면서 진보 내지는 혁신을 아우르는 중도 정당의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 민주주의를 실시한 역사가 일천하기에 학습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우리 정당들의 연륜도 당명의 변천사가 말해주듯이 계승과 발전보다는 단절과 정략적 계산에 의한 재창당의 연속이었다.
새누리당이 작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천막 당사’의 각오를 다시 다져야 한다. 친박, 비박과 같은 사람에 의존하는 계파가 아니라,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민을 바라보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윤리위원회를 마음대로 재편해서 특정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 시도에 대해 철저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적 청산도 중요하고 지도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실패한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與黨)으로서 공동 책임을 통감하고 처절한 반성과 자숙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은 누적되는 실망감을 반드시 표로 심판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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