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소통과 통합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정보의 독점이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정보가 권력의 힘인 정치권에서 정보의 독점 붕괴는 권력의 붕괴를 의미한다. 최근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회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무너뜨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실장은 시종 최순실 씨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지만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후보 검증 때 찍힌 동영상으로 거짓이 들통났다. 이 동영상을 제공한 곳은 정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주식거래 동호회 사이트인 ‘주식갤러리’였다.

동 시간에 수많은 정보가 제한 없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존의 ‘수직적’ 정치 생태계를 깨트리며 새로운 ‘협치’ 정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ㅁ“권력 분점·소통과 협치 창구 절실”= 정치권 인사와 전문가들은 12년 만의 대통령 탄핵을 맞게 된 비극의 원인으로 주저 없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는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갖은 이권에 따른 권력형 부정부패도 대통령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지방분권형 개헌 등 권력구조의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헌법 제1조에 지방분권국가를 명시하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업무를 위임할 때 비용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지방분권 개헌안도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소통과 협의 창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는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존재 여부가 결정되던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아예 상설기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ㅁ‘보스 정치’에서 벗어나 풀뿌리 정당으로 = 소수 정치 지도자가 독과점하는 정당 시스템을 상향식 개방형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상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이사장은 “최첨단 소통 기술을 활용해 유권자와 당원들이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험들을 자유롭게 소통하는 풀뿌리 플랫폼 정당으로 체질을 바꿔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풀뿌리 정당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원외대표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은 “당이 여의도 국회에서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당 구조를 정무대표(현 원내대표)와 당무대표로 이원화하고 원외 인사에게 당무대표 정책·이념연구원장, 사무총장 등 당 3역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환 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당무대표가 삶의 현장에서 들은 국민 목소리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면, 원내대표가 이를 국회 안에서 실현하는 구조”라며 “당도 몇몇 보스 중심의 체제가 아닌, 진성당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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