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車 10년째 직접 운전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전공을 세 번이나 바꿨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과 신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4·19 혁명이라는 역사적인 경험이 있다.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영문과에 들어갔는데, 선거 부정으로 일어난 4·19 혁명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기독교 교육학을 배웠고, 신학에 대한 연구가 철학 공부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손 대표는 ‘약자 중심의 윤리’를 실천하는 시민운동의 물길을 연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기독교인만이라도 선거 부정을 막아 보자는 뜻에서 공명선거기독교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참여했다. 당시 군 부재자투표를 영외에서 하도록 했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중 유세 대신 TV토론을 도입하는 등 선거법 개정에 크게 기여했다.

장애인 불모지였던 1980~1990년대 소외된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모인 밀알복지재단 대표도 그가 맡았다. 손 대표는 샘물호스피스, KBS강태원복지재단 등의 이사장으로 복지계에서 활동했으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남북나눔운동 등 북한 돕기 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기독교적 정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나는 밥 굶는 약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복지 관련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특히 많습니다. 북한 정권에는 비판적이지만, 북한 주민들이 밥 굶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어 북한 돕기 운동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가 현재 대표나 이사장 직함을 달고 관여한 단체만 12개.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시민운동 단체가 손 대표의 도움을 바라며 그에게 부탁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가 신뢰하는 손 대표가 이 시대에 강조하는 덕목은 ‘정직’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덕을 보겠다는 뜻입니다. 타인을 더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배려입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사회, 윤리적인 사람이 돼야 함을 전하는 특별한 사역자이며 철학자이자 윤리학자다.

손 대표는 10년 이상 된 낡은 소형 프라이드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

그는 1938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나 경주고를 나왔다. 이후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수학했으며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다. 한성대 이사장, 동덕여대 제6대 총장을 지냈다. 현재 고신대 석좌교수인 손 대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고신대를 홍보하고 싶다며 고신대 석좌교수로 소개해 달라는 청탁(?)을 하기도 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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