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성동구청장

‘딸랑 딸랑’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에 옷깃을 여미고 고개를 숙인 채 걷다 보면 어디선가 들리는 종소리. 연말이면 어김없이 울려 내 속의 ‘착한 나’를 끌어내는 소리다.

어린 시절에는 빈 병을 모아 슈퍼에서 돈으로 바꿔 군것질하는 게 소소한 재미였다. 하지만 버려지는 병뚜껑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병뚜껑을 모아 재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병뚜껑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음식점에서 병뚜껑에 몇 백 원씩 가격을 붙여 손님들이 재미있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하거나, 주류회사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약을 맺어 병뚜껑을 모아 쌀로 교환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지원하기도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난해 한 해 동안 모은 병뚜껑 22만 개를 쌀과 방한용품으로 바꿔 저소득층에게 전달했다. 쓰레기가 아닌 기부의 수단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병뚜껑 기부처럼 최근에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나눔과 봉사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성동구에서도 특별한 나눔과 봉사활동이 이어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용답동에 위치한 노숙인시설 입소자들이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화재복구 지원, 취약계층 집수리, 마을 대청소, 독거노인에게 요구르트 배달 등 다양한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관내 기업, 주민 등이 후원금을 지원해주고 있어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노숙인들의 자립과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1석 2조의 활동인 셈이다.

얼마 전에는 3400여 명의 어린이가 1년 동안 한 푼 두 푼 모은 돼지저금통을 모아 개봉했는데 모금액이 무려 2244만 원에 달했다. 밥을 굶는 친구들을 위해 매일 동전을 모았다는 아이,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꼭 전해 달라며 고사리손으로 저금통을 건네는 아이들을 보니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오드리 헵번은 유언으로 아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네가 나이가 들수록 두 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자신을 돕는 손이고,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지나가는 한 해의 아쉬움과 다가오는 새해의 기대감으로 약속과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연시다. 술자리 대신 친구들, 직장 동료들과 봉사활동을 하러 가거나 커피값을 모아 기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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