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학고재 갤러리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는 오세열 작가의 무제(혼합재료, 120×71㎝). 오 작가의 작품은 동심을 표현한 듯한 독특한 추상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 제공
2017년 학고재 갤러리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는 오세열 작가의 무제(혼합재료, 120×71㎝). 오 작가의 작품은 동심을 표현한 듯한 독특한 추상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 제공
권영우
권영우
박현기
박현기
오세열
오세열
주요 화랑 전시계획으로 본 2017 한국미술

국제
권영우·김환기 등 단색화
홍콩·상하이서 특별 전시

현대
김기린 작가전 뉴욕서 개최
비디오아트 박현기 회고전도

학고재
‘포스트단색화’오세열 개인전
민중미술은 손장섭·송창展


2017년 새해에도 단색화 열기는 계속 이어질까. 국제, 현대, 학고재 등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에 포진하고 있는 메이저 화랑들이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 작가들의 면면은 내년 미술계 판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세계 화단에 단색화 알리기를 계속한다. 우선 2017년의 첫 전시회로 ‘사물들의 통역자’로 불리는 안규철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전시(2월)에 이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단색화를 띄운다. 권영우(1926~2013) 개인전에 이어 아트바젤 홍콩의 특별섹션을 통해 권영우 아카이브전도 개최한다. 9월에는 권영우를 비롯해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등의 작품을 선보이는 ‘단색화’전을 중국 상하이(上海)의 유즈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최근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 컬렉터들을 겨냥한 포석이다.

국제갤러리는 5월에 영화감독이자 작가, 기획자, 평론가로 활동 중인 박찬경의 신작을 소개하며, 하반기에는 백설공주 등 대중문화 캐릭터를 통해 사회를 비판해온 조각가 폴 매카시를 비롯해 한국계 미국인 설치미술 작가인 마이클 주, 가구 디자이너인 요리스 라만의 전시회가 이어진다.

갤러리 현대에서도 역시 단색화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김기린의 전시회를 2월 뉴욕의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정상화의 전시회를 3월에 런던 도미니크레비 갤러리에서 갖는다. 국내 작가 전시회로는 박현기(1942~2000) 회고전(1~3월), 유근택 개인전(6~7월)을 연다. 유근택은 현대사회의 기형적 풍경과 일상을 그려온 한국화가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은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1984년에야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했지만, 박현기는 1970년대 말부터 영상 매체를 작품에 활용한 비디오 작업을 해온 ‘토종 비디오 아티스트’다.

현대에서는 중량감 있는 해외 거장들의 작품전도 다수 준비돼 있다. 4월에는 전시공간에 바람을 전시하는 등의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념미술의 총아 라이언 갠더의 작품을 국내에서는 최초로 소개한다. 네온을 이용한 기하학 추상의 거장으로 올해 5월 사망한 프랑수아 모렐레(1926~2016) 1주기전은 5월로 예정돼 있다. 네온아트의 ‘샛별’로 알려진 이반 나바로전(9월)과 현대 팝아트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10~11월)도 열린다.

학고재 갤러리는 첫 전시회로 ‘오세열 개인전’(2~3월)을 준비 중이다. 1945년생인 오세열은 최근 ‘포스트 단색화가’로 불리며 2016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컬렉터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11월에는 오세열 인물화전도 따로 열린다. 그동안 민중미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온 학고재는 새해에도 손장섭(5월)과 송창(8~9월)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손장섭은 광주의 비극, 시위현장, 철책선 등을 주제로 작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송창은 남북 분단 문제를 고민하는 작업을 펼쳐 온 작가다.

학고재는 6~7월에 신진작가 단체전, 10~11월에 독일의 대표 회화작가인 팀 아이텔 전시회에 이어 마지막 12월에는 ‘춘추(春秋) 4 : 문방사우(文房四友)’ 전을 연다. 학고재는 지난 2010년부터 학고창신(學古創新)의 실현을 목표로 기획한 ‘춘추(春秋)’ 전을 꾸준히 선보여 왔으며 이번 연말에도 중국 고문물 특별전인 함영저화(含英咀華)전(12월 1일~1월 25일)을 열고 있다. 함영저화전에는 신석기시대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6000여 년에 걸쳐 중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와 장신구 등 고문물 130여 점이 전시된다.

한편 새해에도 단색화 열풍이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은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마크 로스코나 도널드 저드 같은 인물들은 한국전이나 베트남전, 프랑스의 6·8혁명 등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 기법으로 대중의 열광을 얻어낸 반면, 국내 단색화의 경우 김환기 등 극히 일부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약한 점이 있다”며 “단색화 열기가 지금 이상으로 더 뜨거워질 것 같지는 않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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