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이남의 최고봉(1950m) 한라산 명함엔 타이틀이 여럿이다. 1966년 지정돼 50년을 맞은 국가천연보호구역, 그 4년 뒤에 이름을 올린 국립공원, 여기에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자연 3관왕’ 중심지다. 제주도는 2002∼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의 지위를 차례로 따냈다. 제주도에선 한라산이 제주이고, 제주가 한라산이다. 높은 산이면서도 날렵한 외양, 부드러운 길, 툭 트인 풍광, 희귀한 꽃·나무, 그리고 탁월한 접근성까지 명품 산으로서 손색이 없다.
세계인에게도 보배 같은 한라산이지만 이미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1985년 18만5000명이던 한라산 탐방객은 2010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 125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세계관광기구(WTO) 산정방식에 따른 적정 수용인원 44만7377명의 3배에 가까운 과적(過積)이다. 한라산 등산로는 영실·어리목·돈내코·성판악·관음사의 5개 코스가 있고, 백록담 정상으로 가려면 성판악과 관음사를 거쳐야 한다. 특히 성판악 코스는 지난해 전체 등산객의 36.8%가 몰리면서 적체가 심각하다. 성수기엔 탐방로 입구 도로에 차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고, 등산 내내 앞사람의 등만 쳐다보다 마쳤다는 푸념이 나올 지경이다. 지난해 한라산 탐방로 쓰레기통에서만 150t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곳곳에 몰래 버려진 쓰레기는 1120t으로 추정된다.
제주가 관광지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라산 탐방객은 자연스럽게 늘었다. 그러나 한라산이 비명을 지르게 된 데는 ‘공짜’ 정책의 탓이 크다. 모든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2007년 이후 한라산도 주차료 말고는 무료 입장이다. 2011년 기준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입장료는 평균 2만7000원이고, 칠레의 자연사박물관 입장료는 3만5000원이라고 한다. 남들은 앉아서 막대한 관광수입을 끌어모으는 판에 결코 그에 못지않은 자원을 갖고도 외국 관광객에 무료 세일즈를 하는 꼴이다.
제주 환경·관광 전문가 26인 그룹이 15일 한라산 입장료를 2만 원 안팎으로 책정할 것을 제주도에 권고했다. 현행 성인 2000원인 성산일출봉은 1만 원 정도로 잡았다. 제주도는 내년 중 이 두 곳에 탐방예약제도 시행할 계획이다. 입장료 액수 논란은 있겠지만, 희귀한 자산을 싸구려 취급해온 오류는 바로잡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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