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를 결의한 이후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으자던 국회가 경제 망가뜨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반(反)시장경제적이며 반기업적인 입법 발의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일 도입 및 대형마트의 의무 휴일을 현재의 월 2회에서 4회로 늘린다는 유통산업발전법,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채용 시 매년 정원의 4%에 해당하는 청년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청년고용촉진법, 교육부 장관이 등록금 기준액과 상한액을 정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등의 법안과 개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이밖에도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공정거래법,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겸영을 금지하는 것 등 참으로 다양한 반시장경제적이며 반기업적인 법안과 개정안을 여야가 앞다퉈 발의하고 있다.
국회의 법안 발의를 보면서 갖는 의문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과연 법의 기원과 사회적 기능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법이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기중심적인 인간들이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이기적 본성을 넘어 서로 간의 협동을 위해 지켜야 할 규칙들을 담은 것이다. 이는 곧 법은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도덕·전통·관습 등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법은 그런 규칙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회질서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또한, 법치란 준법(遵法)을 넘어 자유세계의 법이 담아야 할 내용과 성격을 의미한다. 즉, 법은 특별한 목적을 가져서도 안 되고 모든 개인과 국가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행위 준칙으로서 행동하는 주체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 질서에 관해서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사항이 있다. 경제는 입법으로 주물러 마음대로 성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서로 간의 협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행위 준칙 아래서 운행되는 질서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법을 제정할 때에는 이런 질서의 근간이 되는 도덕·전통·관습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쏟아내고 있는 위와 같은 법안들은 일반적이지 않고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모든 경제 주체에 똑같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보호하는 한편,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해치는 것이다. 경쟁으로 말하자면 ‘경쟁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입법이 의도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거의 없음은 물론이다. 법으로서의 권위가 없을 뿐만 아니라 활력 넘치는 경제 운행을 돕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경제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들이다.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전환 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 전환을 어렵게 하는 비(非)일관적 입법에 당면한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재래시장을 도우려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시장발전법은 소비자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공급자만 괴롭히게 되고, 등록금 동결과 인상 억제로 대학 교육은 부실화하고 있다. 영화 배급과 상영 겸영은 수직 결합으로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의 기원과 법치에 관한 관심을 갖고 경제의 운행 질서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이런 엉터리 입법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국회의 지성적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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