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代 저격범, 현장에서 사살
러 ‘알레포 공습’에 불만품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돼

푸틴 “테러리즘과 전쟁 강화”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터키 전직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알레포 공습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범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터키 정부는 즉각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안드레이 카를로프(62·사진) 러시아대사는 터키 수도 앙카라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터키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 사진 전시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도중 저격범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카를로프 대사는 피격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저격범 역시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터키 정부는 이날 사건의 범인이 전직 경찰관인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라고 밝혔다. 알튼타시는 지난 7월 발생한 터키 쿠데타에 연루돼 최근 해임이 확정된 경찰관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경찰로 위장한 범인이 카를로프 대사 뒤로 걸어가 8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현장 영상에 따르면 그는 “알레포를 잊지 말라, 시리아를 잊지 말라. 우리는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추구하는, 선지자 무함마드를 지지하는 이들의 후예다”며 “누구든 (시리아에서) 압제에 관여한 사람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고 소리쳤다.

이날 피격 살해당한 카를로프 대사는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러시아의 외교관 양성 전문 명문대학인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을 졸업하고 외교부에서 40년간 일한 정통 외교관으로 전해졌다. 한국어에도 능통한 그는 2001년 북한 대사로 임명돼 2006년까지 5년 이상을 근무하기도 했다. 북한 근무 뒤 본국에서 외교부 영사국 부국장과 국장을 역임한 카를로프 대사는 2013년 7월 터키 주재 대사로 부임했다. AP 등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외교부 관리 사이에서 실력있고 덕망높은 인물로 평가받았다.

외신들은 알튼타시의 피격 후 주장을 토대로 그가 알레포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협력해 수니파 반군세력을 몰아낸 러시아에 보복할 의도로 대사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니파인 터키는 시리아 내 반군을 지원해왔는데 러시아가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군과 연대해 알레포를 탈환하자 터키 내에서는 반시아파 여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으로부터 카를로프 대사 피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대사 살해는 러시아와 터키 관계 정상화 및 시리아 사태 해결에 차질을 초래하려는 목적의 도발”이라며 “러시아는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 역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될까 예의 주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설명했고,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은 “이번 총격은 터키와 러시아 관계에 테러를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피살사건이 발생한 직후 성명을 통해 “분별없는 테러행위에 기겁했다”며 “외교관과 민간인을 겨냥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이날 성명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에게 암살된 카를로프 대사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테러리즘을 강력 규탄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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