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북 부안의 채석강 해변. 예비부부인 송영복(33) 씨와 이희우(27) 씨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낙조 풍경과 마주 섰다. 송 씨와 이 씨는 ‘대한민국 관광 업그레이드 모니터링단’의 일원으로 전북 전주와 군산, 부안 일대를 여행하면서 관광지 모니터링을 하는 중이었다. 송 씨와 이 씨를 포함, 외국인과 대학생, 주부 등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선발한 120명의 모니터링단은 13일 동안 전국 곳곳의 관광 명소를 여행하면서 불편한 점을 찾아내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관광 업그레이드 모니터링단은 정부가 2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한민국 테마 여행 10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의 내로라하는 관광지를 둘러보는 대표적인 관광코스 10개를 선정하고 코스별로 기반시설과 서비스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두꺼운 벽을 허물고 대표 관광지 위주로 한국을 대표하는 10개 관광 코스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기대가 모이는 건 단순 관광 개발이 아니라 관광객의 동선을 고려하고,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측면으로 접근하며 단순 관광자원이 아니라 지역 인문자원의 융합 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테마 여행 10선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코스는 연내에 발표된다. 코스 발표 이후 여행자의 편의 등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전국의 이름난 관광지들을 손쉽게 연계할 수 있는 ‘여행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행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 기존의 관광개발사업은 철저히 지역 위주였다. 해당 관광지가 있는 지역의 교통망을 개선하고 시설을 보완했다. 관광지 소재 지역 지자체의 계획에 따라 관광개발이 이뤄졌다. 여행자의 동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관광지와 관광지를, 지자체와 지자체를 넘나든다. 여행 일정이 길어질수록 동선은 길어진다. 그러나 교통망부터 서비스까지 뭐 하나 연계되는 게 없었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관광객이 3∼5일의 일정으로 둘러볼 수 있는 2∼4개 지자체의 관광명소를 코스로 묶어내는 것.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사를 통해 선비문화 코스, 백제문화 코스 등 권역을 대표하는 여행 테마를 찾아냈고, 전문가들의 현장 방문에 이어 여행 소비자를 대표하는 모니터링단이 투입됐다. 정부는 전문가 평가와 모니터링 결과를 취합해 내주 중 ‘점’이 아닌 ‘선’의 여행코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반시설 건설보다 수요자 서비스 확충 =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정부의 관광개발 패러다임을 공급자에서 수요자 쪽으로 전환한다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관광객의 입장에서 부족한 서비스 등에 대한 맞춤 지원에 예산이 투입된다. 이를테면 전주 한옥마을이나 군산 근대문화거리는 잘 다듬어진 여행지로 손색없지만 대중교통편이 불편해 두 곳을 함께 둘러보기가 쉽잖다. 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 여행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버스를 운영하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관광명소 주변 환경디자인을 개선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관광안내서비스를 구축하며, 공모를 통해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고 숙박·음식 등의 서비스를 고급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효율적인 투자집행을 위해서 시설을 새로 건립하거나 신규 관광지를 개발하는 등의 하드웨어 투자는 지양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대상으로 코스를 짜는 만큼 해당 관광지에 대한 투자보다는 효율적인 관리와 운용 쪽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관광명소와 역사·문화·이야기의 융합 = 관광자원의 매력은 무형의 콘텐츠가 입혀지면 그 매력이 배가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역사, 이야기, 인물, 생활방식 등 지역만의 특색있는 문화콘텐츠의 발굴에 나섰다. 이를 통해 개별 관광자원들에 인문자원을 융합하고, 나아가서 관광자원을 주제별로 묶어내 다른 관광지와 차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관광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도시공간,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10개 여행코스별로 전담 기획자나 컨설팅 그룹을 구성해 지역별로 부족한 부분 등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또 문체부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등 관계부처들이 힘을 합쳐 관광여건 개선 등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지원을 하기로 했다.
◇무엇이 달라질까 =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프로젝트는 경관, 스토리텔링, 콘텐츠, 숙식, 쇼핑, 이동망, 서비스 등 분야를 망라해 진행된다. 지역 소재를 활용하는 관광아이디어를 공모하고 관광자원과 주변환경을 개선하며, 시티 투어 버스를 증편하거나 광역화 코스를 개발한다.
또 여행 기간이나 수요별로 다양한 여행코스나 상품을 마련한다. 이를테면 가족여행상품으로 ‘교과서에 나오는 여행코스’를 만든다거나 20∼30대를 대상으로 한 개별여행 상품을 구성하고, 시니어 여행코스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여행수요자들은 여행목적과 기간, 여행 경비에 따라 맞춤형 장소와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여행지에서는 근대문화 유산 등을 리모델링한 특색있고 쾌적한 숙소에 묵을 수도 있고, 수준급의 해설사 등으로부터 관광지를 안내받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인근 도시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1차 선정된 지역보니…
전주·군산 ‘시간여행’
단양·제천 ‘자연치유’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1차 대상 지역은 여러 단계를 거쳐 선정됐다. 우선 광역지방자치단체 대상 수요조사를 진행한 뒤 지역 및 현장 전문가로 이뤄진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56개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이 후보군을 놓고 선정위원회를 열어 빅데이터와 지역관광발전지수 등에 기초해 관광객 유입량 등을 분석하고 지리적 연결성과 주제 설정 가능성, 연계 타당성 등을 고려해 1차 대상 지역 10곳을 선정했다.
이어 최종 선정작업을 위해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전문가 현장답사를 통해 지역을 평가하고 일반 여행자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관광 업그레이드 모니터링단’의 평가 결과를 더해 대상 지역을 재점검했다. 10개 선정 지역의 최종 선정과 각 지역별 구체적 코스 등은 내주 중 최종 결정돼 내년부터 240억 원을 투입해 기반 시설과 서비스 강화 등의 사업에 본격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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