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내년 3∼4월쯤 인용결정을 내리면 60일 이내인 5∼6월 대선이 열린다. 아직 몸만들기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빨라진 대선 시계를 따라가려는 후보들의 마음만 급하다. 특히 여당이 지리멸렬하면서 야권의 대권 후보 경쟁이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대권 구도와 관련해 최근 야권에서 거론되는 것이 ‘신(新) 4자(者) 필승론’이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치러진 13대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평민당 후보는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거부하면서 4자 필승론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대구·경북(TK), YS는 부산·경남(PK), 김종필 공화당 후보는 충청에서 지지를 얻는다면 호남과 수도권에서 지지가 높은 자신이 반드시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노태우 36.6%, YS 28.0%, DJ 27.0%, JP 8.1%로 야권 표가 철저히 분산되면서 4자 필승론은 실패로 돌아갔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서는 내년 선거구도에 대해 ‘신 4자 필승론’을 거론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안 전 대표가 독자 출마하고 비박(비박근혜)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끌어온다면 군소 후보군과 함께 4자 구도가 형성되고 이 구도에서는 35%만 획득해도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37%(리얼미터)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이 지지율만 문 전 대표가 갖고 와도 후보단일화는 필요 없다는 계산이다. 여당이 전열을 정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최근 문 전 대표가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라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도 집토끼만 잘 결집시키면 된다는 판단이 있는 듯하다. 특히 촛불집회 이후 인기가 급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을 경선에서 제압한다면 대권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 4자 필승론도 실패할 운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987년 6·10항쟁의 주역인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보수는 권력 앞에 정말 귀신 같은 자기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 전 대표는 1987년 DJ가 아닌 1997년 DJP 연합을 했던 DJ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친문(親文) 그룹은 “단독 정권교체는 확실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민심이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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