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혐의 상당수 확보설 나와
합병에 靑압력·복지부 개입 등
승인 과정 들춰 ‘대가성’ 수사
정유라 獨서 여권무효화 추진
최순실 一家 재산형성도 조사
‘보여주기식’ 소환은 지양 방침
대기업 총수 3~4명만 부를 듯
20일간 담금질한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의 칼날은 첫 타깃으로 삼성그룹을 정조준했다. 특검팀은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를 21일 동시 압수수색하며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 등이 개입했는지 집중 수사에 나섰다. 이날 삼성이 특검의 1차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과 관련, “특검이 재차 삼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범죄 혐의를 이미 확보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속전속결’ 수사 방침을 밝힌 특검의 칼날은 삼성을 거쳐 빠르게 박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규명에 총력 =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 일가에 제공한 삼성의 지원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한 대가가 아니었는지, 이 같은 의사결정과정에 청와대의 직접 개입이나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보건복지부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파헤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사안이었다.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 결정 반대로 삼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의 지분을 가져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지원이 절실할 때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삼성 지지 결론을 최종적으로 내렸는데, 이 당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청와대 외압 있었나 = 이와 함께 합병 찬성 결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정황도 불거졌다.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증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특검팀 수사 결과에 따라, 삼성 측의 민원이 청와대에 전달되고 다시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이 끼친 것으로 밝혀진다면, 삼성이 최 씨 일가에 개별적으로 지원한 100억 원가량의 돈에 대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국민연금·보건복지부를 통한 삼성에 대한 수사 결과에 특검의 수사 성패가 달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유라 체포영장 발부받아 = 특검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20) 씨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이른 시점에 ‘직접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에서 20일 발부된 체포영장을 독일로 보내 이를 근거로 독일 수사기관이 정 씨를 체포해 한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방안, ‘여권 무효화 조치’를 통한 추방 등 ‘투 트랙’으로 정 씨를 특검 사무실로 데려올 계획이다. 특검팀은 정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 업무방해 혐의, 삼성으로부터 받은 80억 원가량의 사용처 및 횡령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독일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부정하게 취득한 독일 현지의 재산을 파악, 동결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전광석화 수사 방침…대기업 총수 3~4명만 소환할 듯 = 특검은 20일간의 수사준비 기간에 본격 수사를 꾹 참아왔다. 박 특검은 기자들과 만나 “수사 준비 기간에 충분히 검토해서 수사가 착수되면, (수사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해놓고 있다. 그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사를 여러 갈래로 펼치지 않고, 핵심 사안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과 관련해 검찰이 앞서 소환한 8개 대기업 총수를 모두 소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여주기식’ 소환조사를 지양하고, 핵심 의혹 선상에 오른 대기업 총수들을 이른 시점에 소환해 특검의 최종 ‘타깃’인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규명에 가능한 한 빨리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3~4명 정도의 대기업 총수만이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손기은·이후연·김리안 기자 son@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