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부족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빵집 밀가루 반죽 옆에 달걀이 쌓여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부족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빵집 밀가루 반죽 옆에 달걀이 쌓여 있다.
- 골목상권 파고든 ‘AI대란’

달걀 유통업자·제과점 ‘타격’
하루 100판 유통도 힘들어

12월 생닭 매출 10% 줄었지만
프랜차이즈 치킨은 10~20%↑

육계공급업계“생각보단 양호”


“달걀값 오른다고 빵값을 어떻게 바로 올리겠어요. 동네 장사인데….”

20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44) 씨는 지난주 달걀 공급업자에게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달걀 공급이 많이 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김 씨는 그동안 평균 3200~3400원 선에서 달걀 공급을 받아 왔지만 최근 단가가 가파르게 올라 6000원 선에서 공급받고 있다. 달걀값이 급등하면서 김 씨 빵집은 곧바로 타격을 입고 있다. 크리스마스(25일)와 연말 대목이라서 케이크류를 많이 만드는 데 필요한 달걀을 제때 쓸 수 없는 데다 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즘은 케이크나 빵을 만들다가 달걀이 부족한 날이 많다”며 “인근 마트 등에서 비싼 값을 주고 급하게 공수해 오고 있지만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묵동에서 달걀 공급을 하는 자영업자 이모(63) 씨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씨는 평소 700판 정도의 달걀을 유통해 왔지만, 최근에는 하루 100판 유통도 힘든 지경이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 제빵업체 등이 자금력을 이용해 아직 AI에 뚫리지 않은 지역 거래처까지 흔들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씨는 “현재 달걀을 핵심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제과·제빵점에만 간신히 공급해 일반 식당 등은 신경도 못 쓰는 상황”이라며 “수십 년 해온 생업인데 AI 상황이 오래가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달걀을 사용하는 업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반면, 닭고기를 사용하는 육계업계는 그나마 어려움이 덜한 편이다. 산란계만큼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지 않아 물량 부족 사태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육계의 경우 유통업체 매출은 줄었지만 치킨집 매출은 소폭 상승했다.

이날 이마트에 따르면 12월 닭고기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0% 감소했지만, BBQ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 매출은 이전보다 오히려 10%가량 증가했다.

한국외식업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려를 표시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많지만 의외로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경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림, 마니커 등 육계 공급업계도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심각해지고 있는 AI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은 사정이 괜찮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당장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양계 농가 등에서 살처분된 닭도 육계는 거의 없어 AI가 곧 잡힌다면 큰 타격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박준우 기자 jqnote91@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