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산타가 있나요?”일 것이다. 이렇게 묻는 어린이는 대부분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살짝 알아차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산타는 현실에 없으며 잠든 머리맡에 선물을 가져다 두는 건 너희 집의 어른들이라고 말해서 한 번에 환상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은 것이 어른의 마음이다. 그러나 산타가 있다고 해도 아이가 잘 믿지 않는다면 적절한 설득의 중간 단계는 없는 것일까.
‘백만 억만 산타클로스’(모타미 히로코 글·마리카 마이야라 그림/우리나비)는 듣고 있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산타 가설을 담고 있다.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적게 살고 어린이들도 많지 않았던 오랜 옛날 산타는 한 사람이었다. 선물 배달도 혼자 다 했다. 그런데 지구에 점점 사람이 많아지면서 산타의 선물 배달은 불가능한 임무가 되었다. 쉬지 못하고 선물을 돌려도 하룻밤에 끝낼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산타는 하느님에게 “저를 둘로 만들어주세요”라고 기도를 드린다. 소원은 이루어져서 두 사람의 산타가 돌아다니게 되었고 그 대신 몸이 2분의 1로 줄어들어서 날씬해졌다. 그렇지만 선물을 배달해야 할 어린이는 또 폭풍처럼 늘었고 산타는 자신을 넷, 여덟으로 만들어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산타는 기도한다. “우리를 만 명으로 만들어주세요.” 만 명의 작고 귀여운 산타들은 이제 자루를 들 수도 없을 만큼 너무 작아져 버렸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진 백만 억만의 산타들이 택한 선물 배달 방법은 아이들이 있는 집의 어른들 귓속에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다. “저희 대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세요.” 크리스마스만 되면 세계의 부모들이 산타의 심부름을 하는 까닭은 이렇게 밝혀진다.
산타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어린이들을 약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그림책이다. 산타의 고향 핀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다니 믿어봄직도 하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허은미 글·이명애 그림/풀빛)은 어떤 선물을 보내달라고 할지 끝까지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이다. 이것저것 다 받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가 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주인공은 기차를 타고 여수 할아버지 댁에 가면서 이런 통이 큰 꿈을 꾼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바뀌는 선물 목록도 너그럽게 이해해줄 것이 틀림없고 생일에도 오시라고 해서 친구들을 놀라게 해줄 것이다. 욕심만 부리는 건 아니다. 산타할아버지에게 온 편지랑 엽서도 읽어드리고 썰매에 올라타고 선물 배달을 도와드릴 것이다. 상상은 점점 커져서 다녀오는 길에 북극에도 잠깐 들를 계획까지 세운다. 여수에 도착한 주인공을 기다리는 것은 누구일까.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비는 초대형 소원은 무엇일까. 어린이와 함께 읽으면 마음이 뻥 뚫리는 것처럼 통쾌해지는 그림책이다.
마지막으로 신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대하는 어린이에게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비에른 베리 그림/ 논장)가 어떨까. 개구쟁이 주인공 에밀은 독자를 청어랑 소시지랑 젤리랑 송아지고기 요리가 그득한 파티 현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걸핏하면 말썽을 일으켜 파티 직전까지 목공실에서 벌을 받는 에밀이지만 파티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에게 다가가 크리스마스의 사랑을 전하는 것도 에밀이다. 잊히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면 그림책 파티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온 가족이 돌아가며 서로에게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주고 책 속 목소리를 빌려 다정한 말을 대신해보는 것도 좋겠다. 크리스마스는 드물게 좋은 기회다. 에밀과 친구들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부르는 노래를 기억해보자. “오늘이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