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의 빠른 중앙 공격 빛나
5개 구단 성공률 60% 넘어
김은섭·박상하 속공부문 톱5
단골 꼴찌 우리카드 4위 부상
올 시즌 프로배구의 키워드는 속공이다. 현대캐피탈은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에서 22일까지 속공 성공률 64.54%로 1위, 대한항공이 63.96%로 2위, 우리카드가 63.68%로 3위다.
3개 팀 모두 2013∼2014시즌 삼성화재가 세운 역대 한 시즌 최고 속공 성공률(63.19%)보다 높다. 올 시즌은 아직 3라운드가 종료되지 않았으며, KB손해보험(60.81%)과 삼성화재(60.77%)까지 7개 팀 가운데 5개 구단이 속공 성공률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 3라운드까지 현대캐피탈이 유일하게 속공 성공률 60% 넘긴 것과는 대조적.
속공이 빛을 보는 건 용병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선발이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공개 테스트)으로 바뀌면서 용병의 수준이 떨어졌다. 힘을 앞세운 용병 의존도가 줄어들다 보니 토종이 연출하는 빠른 공격이 자주 연출되고 있는 것. 속공은 빠르고 손쉽게, 그리고 통쾌하게 득점을 올린다는 점에서 상대의 사기를 꺾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상대 블로킹을 원천봉쇄, 아니 무력화한다는 장점도 속공은 지니고 있다.
현대캐피탈보다는 우리카드의 속공이 더욱 돋보인다. 우리카드는 지난 2시즌 동안 연속 ‘꼴찌’였다. 2014∼2015시즌엔 3승 33패, 2015∼2016시즌엔 7승 29패에 그쳤다. 두 시즌 우리카드의 속공 성공률은 51.35%, 52.88%로 역시 연속 꼴찌였다. 지난 두 시즌을 합치면 10승. 하지만 올 시즌엔 8승 8패로 5할 승률을 맞추고 있으며 순위는 4위다.
우리카드가 환골탈태한 비결은 번개 속공. 올 시즌 우리카드의 속공 성공률은 지난 두 시즌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센터인 김은섭(27·211㎝·사진)과 박상하(30·197㎝)는 우리카드가 자랑하는 번개 듀오다.
김은섭은 올 시즌 속공 시도 87차례에 58번 성공(66.67%)해 성공률 3위, 박상하는 84차례 시도에 53번 성공(63.10%)으로 5위에 랭크됐다. 속공 부문 톱5 중 한 구단 소속은 김은섭과 박상하뿐이다.
줄곧 팀의 주축을 맡은 박상하와 달리 김은섭은 프로 입문 4년 만인 올 시즌 빛을 발하고 있다. 김은섭은 인하대 시절 국가대표로 뽑혔을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으나, 프로가 된 뒤엔 시련을 겪었다. 2012년 대한항공에서 데뷔했으나 첫 시즌 10경기에 출장, 12득점이란 초라한 성적을 거둔 뒤 프로의 생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군에 입대했으며, 지난해 10월 전역했다. 그러나 프로가 싫어 실업팀(부산시체육회)에 들어갔다. 마음을 고쳐먹은 뒤 지난 6월 우리카드 테스트 선수로 입단해 힘겹게 프로 무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골칫덩이에서 복덩이로 변화하면서 꼴찌 우리카드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됐다. 김상우(43) 우리카드 감독은 “김은섭이 합류하면서 속공 점유율이 높아졌다”며 “김은섭은 큰 키에 비해 순발력이 뛰어나고, 동료들과의 호흡이 잘 맞아 속공에 특화된 선수”라고 칭찬했다.
세터 김광국(29)의 토스가 빠르고, 서브 리시브가 전체적으로 향상된 것도 우리카드가 속공의 위력을 발휘하는 밑거름. 김 감독은 “중앙에서의 속공 존재감이 높아지면, 상대 블로커가 속공에 신경 쓰기에 양 측면에 공간이 생겨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우리카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속공 점유율을 더욱 높여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