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쏟아질 주택 준공 물량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인 ‘집단대출’이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급격히 부실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내놓은 비공개 보고서인 ‘오렌지리포트(Orange Report)’를 보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대출(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신규고객이 1년 안에 ‘불량 차주’로 전락하는 비율은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최고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불량 차주는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와 각종 대출 등에서 한 건이라도 90일 이상 연체하고 있는 채무자를 말한다.

실제로 신용등급 9등급 기준 집단대출 신규고객이 1년도 채 안 돼 불량차주가 되는 비율은 32.30%였다. 주택담보대출(21.38%)보다 10.92%포인트나 높다.

최근 집단대출 증가세는 분양시장 호황과 맞물려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23조6000억 원) 중 집단대출(11조600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9.2%였다. 지난해 말 12.5%와 비교하면, 집단대출이 가계 빚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문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몰리는 준공(입주예정) 물량으로 집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내년 준공 물량은 올해보다 약 11% 많은 60만6000가구다. 주택 가격 하락세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주택의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 이는 집단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내년 하반기 준공 물량이 쏟아지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집단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했을 때 소득 증빙 등 대출심사가 비교적 느슨해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이 더 크다”며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로 쏟아진 아파트 분양 물량이 내년 하반기부터 준공을 시작하면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집단대출 연체율이 단기간 급등해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부실 위험을 반영해 오는 1월 1일부터 신규 분양 공고하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한해 소득 증빙을 의무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키로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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