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통일 대한민국에 통합되면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바로 토지개혁, 즉 농지개혁이었다. 남한은 6·25가 일어나기 3개월 전인 1950년 3월에 농지개혁 법안이 입안되었으니 북한은 70년 만에 시행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전(前) 농지개혁의 시행착오나 단점을 보완한 법안이 만들어졌다. 남북한 학자, 관리들이 총동원돼 만든 법안이다. 이제 북한은 본격적인 토지 사유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법안이 시행되자마자 온갖 사건이 다 일어났다. 그것은 대부분 분양받은 토지를 팔고 사는 사기 사건이다. 물론 주범은 남한의 사기범들이다. 그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분양받은 땅을 매입했는데 그 수법이 수천 가지여서 밝히지 못한 것이 90%라고 했다. 그래서 김동일 북한 정부에서 온갖 규제를 내놓았는데 지금 서동수가 그 규제를 말한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김 총리, 내일 고사총으로 부동산 사범 넷을 처형한다고 들었는데 그러지 마시오.”

박경수가 숨을 들이켰을 때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각하. 법에 따라 교수형을 시행하지요.”

“그만하면 규제는 충분하니까 더 이상 만들지 맙시다. 완벽한 법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요즘 북한에 돈이 쏟아지면서 다 풍족해졌습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아시지요?”

“예, 부동산 자금 때문이지요.”

김동일이 바로 대답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북한 주민에게 유상 분배한 토지는 소유권은 그대로 둔 채 이미 30% 정도가 남한 사람들에게 넘어갔다는 비공식 통계가 나왔다. 지금 그 자금이 북한 전역에 퍼져 있는 것이다. 내일 사형당할 넷 중 둘은 북한 주민이다. 함경북도 산골짜기의 밭 1만 평을 분양받은 김모 씨는 갑자기 면허증도 없이 벤츠를 타고 다니다가 적발되었다. 알고 보니 남한 업자에게 5년 후에 땅을 넘기기로 하고 벤츠와 3억 원을 받았던 것이다. 또 하나는 뇌물을 받고 분양 토지를 늘려준 토지국 관리다. 따라 웃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제 토지 분양이 끝나고 남한인 이주가 시작되면 더 혼탁해질 것입니다. 김 총리가 5년 동안 겪은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요.”

“각하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정색한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줄 수 있는 분은 각하뿐이십니다.”

“그럼 안됩니다.”

이번에는 서동수가 정색했다.

“각료가, 비서가, 우연히 만난 시민이 조언이나 충고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듣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

“각료를 잘 선정하고 선정한 후에는 믿고 맡기세요. 전권을 주고 공을 세우도록 하세요. 절대로 각료의 공을 가로채지 마세요. 가만있으면 저절로 그 공이 내 발밑에 쌓이게 됩니다.”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연방대통령이 된 비결이 뭔지 압니까?”

김동일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큰 그림을 그린다고요? 천만에요. 그저 분위기만 조성했을 뿐이지요. 뭔가 된다는 분위기, 그래서 모두 그 그림 조각을 맞추고 대세를 만든 겁니다.”

그렇게 대세가 이뤄지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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