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법안이 시행되자마자 온갖 사건이 다 일어났다. 그것은 대부분 분양받은 토지를 팔고 사는 사기 사건이다. 물론 주범은 남한의 사기범들이다. 그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분양받은 땅을 매입했는데 그 수법이 수천 가지여서 밝히지 못한 것이 90%라고 했다. 그래서 김동일 북한 정부에서 온갖 규제를 내놓았는데 지금 서동수가 그 규제를 말한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김 총리, 내일 고사총으로 부동산 사범 넷을 처형한다고 들었는데 그러지 마시오.”
박경수가 숨을 들이켰을 때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각하. 법에 따라 교수형을 시행하지요.”
“그만하면 규제는 충분하니까 더 이상 만들지 맙시다. 완벽한 법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요즘 북한에 돈이 쏟아지면서 다 풍족해졌습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아시지요?”
“예, 부동산 자금 때문이지요.”
김동일이 바로 대답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북한 주민에게 유상 분배한 토지는 소유권은 그대로 둔 채 이미 30% 정도가 남한 사람들에게 넘어갔다는 비공식 통계가 나왔다. 지금 그 자금이 북한 전역에 퍼져 있는 것이다. 내일 사형당할 넷 중 둘은 북한 주민이다. 함경북도 산골짜기의 밭 1만 평을 분양받은 김모 씨는 갑자기 면허증도 없이 벤츠를 타고 다니다가 적발되었다. 알고 보니 남한 업자에게 5년 후에 땅을 넘기기로 하고 벤츠와 3억 원을 받았던 것이다. 또 하나는 뇌물을 받고 분양 토지를 늘려준 토지국 관리다. 따라 웃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제 토지 분양이 끝나고 남한인 이주가 시작되면 더 혼탁해질 것입니다. 김 총리가 5년 동안 겪은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요.”
“각하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정색한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줄 수 있는 분은 각하뿐이십니다.”
“그럼 안됩니다.”
이번에는 서동수가 정색했다.
“각료가, 비서가, 우연히 만난 시민이 조언이나 충고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듣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
“각료를 잘 선정하고 선정한 후에는 믿고 맡기세요. 전권을 주고 공을 세우도록 하세요. 절대로 각료의 공을 가로채지 마세요. 가만있으면 저절로 그 공이 내 발밑에 쌓이게 됩니다.”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연방대통령이 된 비결이 뭔지 압니까?”
김동일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큰 그림을 그린다고요? 천만에요. 그저 분위기만 조성했을 뿐이지요. 뭔가 된다는 분위기, 그래서 모두 그 그림 조각을 맞추고 대세를 만든 겁니다.”
그렇게 대세가 이뤄지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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