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천일염과 고춧가루, 멸치젓으로 만든 ‘김치속’ 맛을 함께 느껴보자.

눈감고 손으로만 만들어도 ‘만두속’의 적절한 양과 만두피 두께를 알 수 있다.

11월 초부터 시작된 김장 나누기 행사가 남쪽 지방에서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그 파장이 길어질수록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은 먹고살기 어려운 이웃들입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기적인 사람들에게 김장 김치 한 포기는 생명 줄이나 마찬가지지요.

두 인용문의 ‘김치속’과 ‘만두속’은 ‘김칫소’ ‘만두소’로 고쳐야 합니다. 통김치나 오이소박이김치 따위의 속에 넣은 여러 가지 재료, 또는 송편이나 만두를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해 익히기 전에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뜻하는 단어는 ‘소’입니다. ‘속’은 거죽이나 껍질로 싸인 물체의 안쪽 부분, 또는 식물 줄기의 중심부에 있는, 관다발에 싸인 조직을 뜻하지요. ‘소’는 주재료 ‘속’에 넣는 부재료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예외적인 단어가 바로 두 가지 뜻을 가진 ‘배춧속’인데요. 첫째는 배추에서 겉잎에 싸여 있는 속의 연한 잎을 뜻하고, 둘째는 배추로 포기김치를 담글 때 배추 잎 사이에 넣는 양념을 뜻합니다. 둘째 뜻풀이는 결국 ‘김칫소’와 같은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김칫소’를 김치속이나 김칫속으로 잘못 쓰기 쉽습니다. 이처럼 사전을 쫓아가다 보면 그 안에서 서로 어긋나거나 충돌하는 뜻풀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래서 말글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사전에도 수정이 필요하지요. 헌법도 시대 상황에 따라 고쳐야 하듯이 사전도 필요도 따라 새로운 뜻이 추가되기도 하고 이전의 뜻풀이가 삭제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김칫소·만두소’가 표제어 자리를 뺏길 일은 없어 보입니다. ‘배춧속’의 둘째 의미가 삭제되는 게 ‘소’와 ‘속’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지름길이니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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