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유난히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중국인은 차를 좋아한다. 가까운 이웃이지만 서로 다른 측면이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어를 배울 때 초급 단계쯤에서 음료수 명칭을 알게 된다. 중국인들이 마시는 대표 음료인 차茶는 한국 발음과 비슷한 cha고, 커피는 kafei다. ‘카페이’라는 발음이 ‘커피’와 너무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중국에서는 그렇게 쓴다. 그런데 혹시 ‘가비’를 아는지?

우리나라 고종황제가 커피광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때는 커피를 가비加比, 茄菲 혹은 가배가배라고 불렀다. 발음이 비슷하지도 않은데 이렇게 불린 것은 아무래도 중국어의 영향이었던 듯하다. 가배가배는 중국어의 가배와 상당히 유사하다. 중국에서도 처음에는 발음에 맞춰 다양한 한자를 쓰다가 하나로 정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니,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우리나라의 문화교류가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9세기 말부터 일본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국 문물을 지칭하는 한자어를 일본식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중국식 한자어와 멀어지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는 고대 문물은 중국, 근대 문물은 일본, 현대 문물은 미국을 통해 받아들여왔다. 그 흔적이 언어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산업 현장에 일본어가 유난히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중국은 차의 나라다. 차는 중국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녹차를 비롯해 매우 다양한 차가 시장에 유통되며, 또 값비싼 차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차는 심지어 1㎏에 2500만 원 하는 차가 있다고 한다. 가히 황금보다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차를 마시는 방법도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일반적으로 남방은 작은 찻잔을 쓰고, 북쪽은 큰 찻잔을 쓴다. 또 우유 등 다양한 첨가물과 함께 마시는 차도 발전해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은 커피를 좋아하고 중국은 차를 좋아할까? 그 원인 중에 하나는 수질에 있다. 한국은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1970년대까지 한강 물을 직접 퍼서 먹었을 정도로 전국 어디나 수질이 좋은 편이다. 물론 지금은 수질오염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과거에는 아무 개울물이나 마셔도 큰 문제가 없었다. 물이 좋으니 그냥 마셔도 되고, 또 커피 등을 타 마셔도 문제가 없었다. 물론 미국 문화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다르다. 수질이 좋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오염문제가 아니라도 물에 황토가 많고, 또 석회가 녹아 있다. 석회는 눈으로 볼 때 식별할 수 없지만, 물을 끓이고 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래 하얗게 가루 형태로 가라앉는다. 수돗물을 가열식 가습기에 넣고 작동시키면 다음날 방바닥에 하얀 석회가루가 뿌려져 있을 정도다. 이는 필자가 실제로 겪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뜨거운 물에 차를 넣으면 찻잎에 석회가 붙어 이를 걸러주는 작용을 한다. 커피에는 이런 기능이 없으니 차를 마시는 이유 하나가 더 보태진 셈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사람들은 끓이지 않은 찬물을 마시기 꺼려하고, 반드시 끓인 물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의 모든 행위는 주변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것임을 커피와 차에서도 알 수 있다 하겠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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