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풍경이 늘 설레고 새로운 이유는 여행의 시작이 공항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항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모습이 너무나 영화와 같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떠남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하지만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마냥 밝을 수는 없으므로 눈물짓고, 웃고, 껴안고, 손을 흔드는 등 각각의 모습이 참 눈에 담아두고 싶을 만큼 애틋하고 예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공항에는 남다른 에너지가 있다. 지인 중에는 공항을 너무나 좋아해서 마음이 우울한 날이면 공항으로 차를 몰고 가,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을 한참 바라보고 온다는 사람도 있다. 전 세계의 공항을 출근지로 삼는 나에게도 항상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원천이다. 그래서 공항을 매개로 한 작품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라는 책은 작가 자신이 런던 히스로 공항에 일주일간 정식으로 초대를 받아 에어포트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항의 한 귀퉁이에 작업용 책상을 둔 뒤 실제로 찬찬히 공항의 풍경과 사람들을 살피며 써내려 간 사색과 철학을 담은 글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를테면 서비스 정신이 아주 훌륭한 한 직원이 있다고 하면,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회사의 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분위기의 가정에서 마음이 따뜻하게 자라난 사람들이 건네는 미소의 진정성과 인성은, 어른이 된 후에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런던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로 생기는 풍성한 구름 떼의 모습을 떠올렸고, 매력적인 영국식 영어 발음의 공항 방송 등이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공항을 소재로 다룬 영화로는 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터미널’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배경은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이다. 동유럽의 작은 가상의 나라 크로코지아에서 온 남자가 미국으로 오는 동안 그의 고국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나라가 사라지면서 뉴욕에 들어갈 수도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공항에서 짐을 푼 남자가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는데, 어느덧 공항에서의 쪽잠도 내 집처럼 편안해지고, 여러 친구까지 생긴 주인공에게 공항은 떠남이 아닌 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영화 ‘터미널’은 실제 공항에서 거주했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더욱 흥미롭다. 영화를 처음 보던 당시 승무원이 아니었던 나는 훗날 승무원이 되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때 느낌은 또 달랐다.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자유의 국가 미국인데, 그 문밖을 나서기 전까지 엄격한 규칙과 절차가 존재하고, 그 누구라도 서류심사와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고는 입국할 수 없다는 장면을 보면서 사정상 입국하지 못한 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출발지로 돌아가야만 했던 승객들의 사연이 떠올랐다. 또 언젠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출발 편 비행을 기다렸던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공항에서 밤을 지새웠던 그날의 기억도 떠올랐다.

내일 공항에서 만날 사람들은 또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까? 슬픈 얼굴, 기쁜 얼굴, 그리고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향해 들뜬 사람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오늘 비행에서 느껴질 바쁨과 고단함 대신 나는 여유를 되찾고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대한항공 승무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