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양국에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뉴스가 각각 보도됐다. 한국에서는 인구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25년 이래 올해 신생아 수가 사상 최저치인 41만여 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일본에서는 1899년 출산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올해 신생아 수가 1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양국에서는 해마다 주어지는 띠를 의미하는 간지(干支) 혹은 기타 일시적인 여건에 따라 신생아 수가 늘거나 주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의 신생아 수 감소는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기인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자연 해소가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및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일본은 이에 맞춰 사회 풍경 자체가 변하고 있으며,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일본에서는 이제 더 이상 대형 쇼핑몰 등의 유아휴게실이 여성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됐다. 일본의 한 유아용품 업체가 2012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 중 약 70%가 주 1회 이상 아이를 데리고 가족끼리 외출하고 이 가운데 60%는 아빠가 기저귀 교환 등을 위해 유아휴게실을 이용하고 있다. 노동 인구 부족으로 출산 후 여성의 노동력까지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남성의 육아 활동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육아 남성, 이른바 ‘이쿠맨(育兒와 man의 합성어)’이란 말은 보편적인 신조어가 됐으며 유아휴게실은 ‘아기 엄마’를 위한 공간에서 ‘아기 아빠’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저귀 교환대가 남성도 이용하기 쉽도록 문을 없애 열린 공간으로 설계되거나 수유실도 모유 수유용뿐만 아니라 젖병 수유용 공간으로 개념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 여자화장실에 설치되던 기저귀 교환대는 남자화장실로 확대된 것을 넘어 아예 별도의 독립공간으로 꾸며지기도 한다. 교도(共同)통신은 “아빠가 기저귀를 가는 동안 엄마가 밖에서 기다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도 일본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최근 일본의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종업원의 고용 연령 상한을 75세까지 늘리는 움직임이 나타난 데 이어 일각에서는 아예 로봇을 종업원으로 고용하는 업체들도 나타났다. 편의점 체인업체 로손과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최근 오사카(大阪) 모리구치(守口)시의 로손 파나소닉 본사 앞 지점에 ‘레지로보’를 배치했다. 로봇의 이름은 계산원을 뜻하는 일본어 ‘레지’와 로봇의 합성어로, 파나소닉이 이 로봇을 제조했으며 물건을 담는 바구니에 상품의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로손은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레지로보 배치를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며 2017년 하반기까지 전국 수십 개 점포에 레지로보를 도입한 뒤 2018년에는 도입 점포 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에서도 아이를 안은 아빠가 로봇 점원이 배치된 마트에서 기저귀를 사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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