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못채우면 실직 걱정까지
본격적인 대학 신입생 모집 시즌을 맞아 지방대 교수들이 ‘고3 모시기 영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복수의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입학을 고민하는 중에도 계속되는 ‘등록 예치금’ 입금 독촉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교수들도 학교 측에서 신입생 모집 ‘실적’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신입생이 적어 학과 정원이 줄어들 경우 교수 자리마저 위협받을지 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신입생 유치에 내몰리는 실정이다.
A(여·19) 씨는 최근 한 지방대에서 합격을 통보받은 뒤 전공교수와 대학 관계자로부터 끊임없이 예치금 독촉 전화를 받았다. A 씨의 부모도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예치금부터 기한 내로 입금해달라’는 전화에 시달렸다. A 씨는 면접전형 때부터 “학생이 입학하면 학과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끝까지 밀어주겠다”는 말을 들어 당황했다. A 씨는 “학과장을 포함한 교수들까지 며칠간 연락해서 ‘(우리 학교에) 오기로 해놓고 예치금을 아직 안 낸 것 같다’고 독촉을 하니, 대학에 들어가게 됐다는 행복감마저 확 줄어들었다”며 “한편으론 교수의 처지도 안타깝더라”고 말했다.
B(여·19) 씨는 면접시험을 치르러 가기도 전부터 한 교수로부터 ‘합격하면 등록 예치금을 낼 의향이 있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B 씨는 혹시 면접에 불이익이 있을지 걱정돼 일단 예치금을 내겠다고 답했다. 이후 다른 대학에도 합격한 B 씨가 50만 원의 예치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자, 이 교수는 “타 대학 합격증과 통장확인서 등을 대학 사무실에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B 씨는 “예치금을 다른 대학에 중복해 낼 수 없는 점을 이용, 다른 학교에 학생을 뺏기지 않으려고 반환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지방대 국문학과 교수는 “신입생 모시기가 곧 교수들의 실적과 연결되다 보니,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스스로 ‘학교 홍보대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학과 신입생이 부족하면 결국 교수 자리도 위협받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최근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있다는 다른 교수는 “교수의 권위가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동료 교수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수가 일종의 ‘영업행위’를 한다면 교육자로서의 존재 근거가 없어지는 셈”이라며 “대학이 교수를 영업실적으로 압박하는 데 대해 교육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윤·송유근 기자 cesc30@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