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로 들어선 서동수가 두 팔을 벌리면서 린린에게 다가갔다. 뒤를 따르는 안종관이 입을 꾹 다물었지만 콧구멍이 조금 벌름거렸다. 숨을 연거푸 들이켰기 때문이다.
“대통령 각하.”
기다리고 서 있던 린린이 한국식으로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긴 머리가 출렁거리며 어깨에서 늘어졌다가 올라갔다.
“여전히 아름답구나.”
다가선 서동수가 린린의 손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보드랍고 섬세한 손이다. 옅은 살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반짝이고 있다.
“네 생각을 많이 했어. 특히 섹스를 할 때 말이다.”
서동수의 중국어는 유창하다. 손을 잡힌 채 린린의 얼굴이 붉은 감처럼 상기되었지만 눈동자는 그대로 서동수에게 향해 있다.
“감사합니다, 각하.”
“뒤에 서 있는 사람한테 신경 쓰지 마라. 중국어를 인사만 할 정도다.”
“네, 각하.”
천만의 말씀이다. 안종관의 중국어는 서동수보다 낫다. 이태백의 시를 줄줄 외울 정도지만 안종관은 시치미를 뚝 떼고 서 있다.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았을 때 서동수가 그때야 안종관을 소개했다.
“지난번 보았지? 내 안보특보다.”
“안녕하십니까? 특보 각하.”
“반갑습니다.”
둘이 중국어로 인사를 나눴을 때 서동수가 정색하고 영어로 말했다.
“자, 우선 영어로 용건을 이야기하자. 안 특보가 함께 들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너 하고 둘이 있을 때는 물론 중국어로 해야겠지. 린린.”
“예, 각하.”
린린이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더니 서동수를 보았다. 그 순간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감동이다. 욕정일 수도 있다. 분홍빛 투피스 차림으로 다리를 드러낸 모습이 고귀하면서도 청초하게 보였다. 저 드러난 종아리 하나만으로도 온갖 상상이 일어난다. 그때 린린이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주석 동지께서는 중·한·러 3국의 불가침 조약과 군사동맹을 제의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쯤 주석 동지의 밀사가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오오.”
서동수가 감동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동맹국인 것을 알고도 그것을 제의하셨던 말이지?”
“그렇습니다, 각하.”
“동맹국인 미국과 상의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제의하셨겠지?”
“그렇습니다, 각하.”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안종관을 보았다.
“제3제국의 3국 동맹이야. 안 특보.”
영어다. 그때 안종관이 영어로 대답했다.
“제3제국을 인정해주신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과 동맹국 관계였고 대한민국으로 통일된 후에도 동맹국 관계는 유지되어 왔다. 남한과 미국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러시아까지 포함한 3국 동맹이 성립되면 일본이 고립된다. 서동수가 린린을 보았다.
“주석께서 일본에 대한 언급은 없으셨나?”
그때 린린이 입술 끝을 올리면서 웃었다. 눈이 초승달 모양이 되더니 눈 끝에 교태가 매달린 것 같다.
“대마도가 일본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대마도다. 서동수와 안종관이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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