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달 위의 골프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 대신, 인간이 골프채를 들고 달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이처럼 골프의 향연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서도 가능할까.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 달에서 실제 골프를 친 지구인이 있다. 주인공은 미국의 아폴로 14호 선장 앨런 셰퍼드였다.
우주로의 출발 전 셰퍼드는 엉뚱하게도 나사 우주기지 인근 휴스턴의 한 골프 코치를 찾아갔다. 골프광이던 셰퍼드는 “달에서 임무 수행 외에 기발한 뭔가를 할 수 없을까”하는 고민을 해왔고, 마침내 그 아이디어를 찾아냈기 때문. 셰퍼드의 생각은 “달에 착륙한 다음, 골프 스윙을 해보기로 한 것. 실현만 된다면 인류 최초로 달에서 골프를 친 지구인이 되는 멋진 일이었다. 그는 6번 아이언을 접이식으로 만들어 줄 것을 골프 코치에게 부탁했다. 그 코치는 마침내 윌슨에서 만든 6번 아이언 헤드에 운석 채집용 쇠막대기를 두 번 접도록 샤프트를 달았다. 셰퍼드는 이 골프채 헤드에 양말을 씌운 다음 짐가방에 넣고 우주선에 올랐다. 이 사실은 나사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었다. 달에서의 ‘깜짝 쇼’를 위해서였다.
지구를 떠나 1주일이 지난 2월 6일은 인류 역사에서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동료가 우주선 밖에서 임무를 수행할 즈음 셰퍼드가 오른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카메라 앞으로 뒤뚱뒤뚱 걸어 나왔다. 지구에서 갖고 온 6번 아이언이었다. 클럽을 곧게 펴서 오른손에 들고 TV 카메라 앞으로 걸어온 것. 나사는 당시 운석 채집 활동을 생생히 포착하기 위해 최초의 컬러 TV 방송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공수해온 카메라 10여m 앞에 선 셰퍼드는 마이크를 통해 지구인들에게 “제가 지금 달 표면에 떨어뜨리려는 2개의 하얀 물체는 미국인들이 보면 누구나 아는 것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골프볼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가 우주복을 입어서 몸이 좀 둔합니다. 두 손으로는 도저히 치지 못하겠고 한 손으로 쳐 보겠습니다. 멋진 골프 샷은 아니지만 환상적일 듯합니다.”
셰퍼드는 왼손으로 첫 번째 공을 앞쪽에 떨어뜨렸다. 곧바로 그는 오른손으로 풀 스윙의 4분의 1 정도의 스윙으로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첫 번째 스윙은 공 앞의 모래만 퍼내고 말았다. 두 번째 스윙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섕크가 나서 30㎝도 못 나가 발 앞쪽에 처박혔다.
이어 세 번째 스윙을 시도했다. 다행히 볼은 앞으로 향했다. 몇 초간 볼을 지켜보던 셰퍼드는 “저것 보세요. 어느 정도는 날아갔네요” 하고 만족해했다. 200야드 정도는 날아간 것으로 파악했다. 그의 손에 남아 있던 마지막 볼을 오른발 앞에 놓은 셰퍼드는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오른손으로만 쳤지만, 볼은 제대로 맞은 듯 상당히 멀리 날아갔다. 한참을 바라보던 셰퍼드는 “마일스! 마일스!”를 외쳤다. 셰퍼드는 몇 마일은 날아가리라고 믿었다. 달에서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임을 고려했던 것. 당시 생중계 현장에서는 “수 마일이나 날아갔다”고 증언했지만 이 공은 400야드 정도 날아간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지구에서처럼 정상적인 풀 스윙을 할 수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닉슨 대통령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셰퍼드는 1998년 타계했다. 셰퍼드의 유골 일부는 살아생전 골프광이던 유지를 받아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 뿌려졌다. 인류 최초로 달에서 친 볼은 운석 채집용 막대기와 나란히 달 표면에 그대로 남겨두고 철수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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