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뿐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사회 및 간담회를 자청, 국정농단 사건 전반을 두루 부인한 것은 형식도 내용도 지극히 부적절했다. 우선, 청와대의 관저 아니라 외빈을 접객하는 상춘재에서 간담회를 가진 것은 박 대통령이 헌법 제65조 명문의 ‘권한행사 정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게 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3일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박 대통령을 소환했지만 불출석이 예고된 만큼, 헌재 대심판정에서 해야 할 변론을 장외에서 일방적으로 흘린 셈이다. 당당하지 못하다.

내용은 더 심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국민의 법의식과도 거리가 멀다. “최순실 씨는 오래된 지인(知人)일 뿐”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한 대목은 지난해 10월 25일 이래 3차례에 걸친 대국민 사과를 사실상 뒤집는 맥락이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지난해 11.4)같은 회한도 철회한 셈이다. 또 “최순실 씨와 공모하거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면서 “완전히 나를 엮는 것”이라고 부연한 것은 헌재가 정리한 탄핵심판 쟁점 5대 유형은 물론, 박영수 특별검사가 화력을 집중해온 뇌물죄를 의식한 나름의 방어막이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선 “계속 보고를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체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기회를 여러 번 날렸지만, 이번 발언에서도 최소한의 책임감과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박 대통령 속내는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내지 특검 수사의 변곡을 향한 일말의 기대와 함께 친박(親朴) 내지 지지 세력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안간힘으로 비친다. 이날 언급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죄없는 대통령을 탄핵심판정에 세우면서 특검으로 흠집내는 ‘나라 아닌 나라’밖에 안 된다. 헌재 심판이 신속·엄정해야 할 이유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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