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교수 경제학

새해는 밝았지만 한국 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새해에도 2% 중반대에서 고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와 정부부채가 늘어나고 있으며 청년실업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신성장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내수 위주의 성장 전략을 사용해 왔다. 내수를 중요시하는 것은, 일자리의 70%가 서비스업에서 만들어지며 서비스업의 대부분은 내수업종이기 때문이다. 또, 수출을 통해 소득을 창출해도 대기업만 이익을 보고 중소기업으로 파급되지 않는 이른바 낙수(落穗)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수출보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내수를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수부양 전략은 선진국 경제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실패할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소득과 국부가 수출로 창출되는데, 수출이 어려운 서비스업과 같은 내수에 치중하다 보면 결국 소득 없이 소비가 늘어나면서 구조적으로 가계부채나 정부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1993년 신경제정책에서 내수부양 전략을 사용한 결과 기업부채가 늘어나면서 외환위기와 저성장 국면이 초래된 사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는 그 특성을 고려해 내수보다 수출을 중요시하고 서비스보다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성장전략을 세워야 한다. 제조업 수출을 통해 소득이 창출된 후 내수를 부양하는 성장전략을 선택해야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기업은 노사 갈등으로 우리와 대립해야 할 대상이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는 주체다. 기업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팽배할 경우 기업가정신이 위축되면서 기업 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물론 기업도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기업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정경유착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해에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불식시켜 기업 투자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력산업의 중국 이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조선·철강·석유화학과 전자까지 우리의 주력산업은 중국으로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와 실업대란이 우려된다. 주력산업의 중국 이전에 대응하려면 우리 주력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대체 신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기업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정부는 교육 제도와 정부연구소 구조개혁을 추진해 새로운 산업 구조에 맞게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신산업 정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금과 복지 체제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와 저성장이 동시에 오게 되면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장 담론이 중요한 이유다. 새해에 정책 당국은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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