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응모작이 많이 줄었다. 아마도 차분하게 들어앉아 글을 쓰기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사정이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때라면 절정의 감성이 필요한 서정은 다르겠지만, 성찰적 시선으로 침잠을 필요로 하는 서사나 논리는 상대적으로 힘든 시간들일 수밖에 없겠다.
응모작의 수가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허수는 거의 없었다. 전체를 통독하고 난 후 네 편의 응모작이 남겨졌다.
전영규 씨의 ‘사라지는 아해들: 최정진, 황인찬, 이우성의 시’, 김효숙 씨의 ‘죽음까지 달려가는 노래, 그 저항의 서사: 한강, 공선옥의 소설을 중심으로’, 황금하 씨의 ‘변혁의 시대에 응답하는 또 하나의 방식, 실천적 주체를 위하여:조해진론’, 이진경 씨의 ‘나선의 숲에서 부유하는 시어들: 이제니론’.
김효숙 씨와 황금하 씨의 글은 시의적이고 힘이 있었으며, 이진경 씨의 글은 대상이 한정된 만큼 정교했다. 이들 중에서도, 김효숙 씨와 황금하 씨의 글 쪽으로 먼저 눈길이 쏠렸던 것은 꼭 현재의 현실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이 두 글이 갖춘 힘이 있는 주장과 강력한 문제 환기력은 문학 평론이 지녀야 할 좋은 미덕이다. 그럼에도 둘 중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김효숙 씨의 경우는 텍스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익숙했고, 황금하 씨의 경우는 논리가 조급했다. 그리고 전영규 씨의 글은 틀이 잘 잡혀 있지만 지나치게 평이했다.
이진경 씨의 글은 한 호흡에 끝까지 읽히는, 수준 있는 글이라는 점에서 호감이 갔다. 이론을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다하고, 한 시인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면서 문제들을 얽어내고, 또 글을 맺으면서는 현재의 시단 전체를 조망하는 식견을 보여주었다. 문장이 정확했고 글 전체의 리듬을 조율하고 논리의 플롯을 만들어 내는 솜씨까지 있었다. 이런 장점들이, 시의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진경 씨의 응모작을 당선작으로 만들었다. 그 장점들 또한 상대적인 것임을 당선자가 짐작할 것으로 믿는다.
심사위원 서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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