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출된지 5개월만에 탈당
인명진 요구에 첫 정치적 책임


지난해 8월 9일 보수 정당 사상 최초로 호남 출신 당 대표에 올라 ‘무수저 신화’를 일궜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5개월 만에 사실당 타의에 의해 당을 떠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및 분당의 책임을 지지 않는 다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와 달리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지방에 머물면서 향후 행보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탈당도 고민하던 이 전 대표는 최근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 핵심 인사들의 탈당을 요구하자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며 탈당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출마해 패배한 뒤 낙선자 위로 자리에서 눈에 띄어 친박계 핵심 인사로 발돋움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하지만 호남 출신으로 당내 세력은 전무해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다른 친박계 인사들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지난해 ‘8·9 전당대회’에서는 총선 패배에 책임이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 친박계로부터 낙점을 받았고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다. 그는 중앙당 간사부터 시작해 무려 17계단 뛰어올라 당 대표에 오른 ‘무수저’ 출신이라는 것을 줄곧 강조했었다.

이 전 대표는 취임 이후 중앙 정치보다 민생을 우선시하는 행보로 차별점 부각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직언을 하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최순실 사건이 터졌을 때는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을 거친 언사로 비난해 사퇴와 탈당 압박 등을 계속 받아 왔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이 전 대표가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정치 상황에 따라 호남 출신의 유능한 인재인 이 전 대표를 보수층에서 다시 찾을 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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