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찬룽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신년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찬룽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신년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진찬룽 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韓 일부 반대해도 결국엔 배치
사드는 中 겨냥한 美의 바둑돌
중립 못지킨 韓에 정치적 실망
그래도 韓은 전략적으로 중요

김정은, 올해 訪中 가능성 낮아
시진핑, 北과 관계 정상화 추진
과거의 양국간‘특수화’없앨 것
核문제 두고 대립 큰 것도 영향

中도 美트럼프 당선 예측 못해
트럼프의 공세적 행동도‘의외’
차이잉원과 통화 中 크게 자극
취임이후 어떻게 나올지‘주목’

대만·무역·남중국해·러시아…
美, 4개카드로 中에 공세 예상
트럼프 취임 첫해 충돌 불가피
내년엔 안정적 관계 유지될 것



[인터뷰 = 박세영 베이징 특파원]

진찬룽(金燦榮·55)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 관영 매체 및 중국 안팎의 매체에 의견을 자주 개진하는 중국에서 정부의 정책과 가까운 목소리를 내는 학자다. 미·중 관계 전문가이자 한반도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학자들과도 긴밀하게 교류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석사,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국제학회 부회장이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상임위원회 연구실 특수연구원, 중국개혁개방포럼 상임이사 등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다자주의와 동아시아 협력’ ‘중국 학자가 본 대국 전략’ 등이 있으며 논문과 평론 등은 수백 편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집권 첫해인 2017년에는 미·중 간에 예상치 못한 마찰이 상당할 수 있지만 1년쯤 더 지나면 결국 양국 관계는 안정을 되찾을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런민(人民)대 연구실에서 만난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진 교수는 당초 트럼프가 이끌게 될 미국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중국에 크게 관심을 쏟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미국이 네 가지 ‘카드(지렛대)’로 중국과 게임을 하려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카드는 쓸모없을 것이며 1년쯤 더 지나면 미·중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국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지만 “한국은 중국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사드가 한·중 관계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이미 북한과 정상국가 간의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며 새로 들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비교적 충실하게 대변해 온 학자로 분류되는 그는 호탕하고 막힘 없이 인터뷰에 응했으며 중국의 높아진 국력과 외교적 영향력을 반영하듯 자신감이 넘쳤다. 기자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한국의 대선이 언제 치러질 것 같은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은 어떻게 나오게 될까”라며 한국의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했나. 혹시 중국 정부 측에서도 예상을 했나.

“사실 나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학자들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그렇게 판단하고 클린턴 캠프 쪽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공을 들여 왔다. 지금 급하게 트럼프 진영 인물들과 접촉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건 트럼프 측의 외교 관련 인사가 워낙 없어서이기도 하다. 미국은 어찌 됐든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발언을 하고 다른 후보를 비방도 많이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면 상대 진영의 사람도 쓰곤 한다. 물론 의외의 인물들이 많이 진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기존에 외교를 했던 인물들이 많이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최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고 나섰고 미 해군의 드론 사건이 이어지는 등 최근 미·중 관계가 심상찮다. 트럼프 당선 당시 중국에서는 ‘중국엔 잘된 일’이라는 여론이 일었었다. 그런데 허를 찌르는 듯한 느낌인데.

“당초 트럼프가 당선되면 중국에 대해 신경을 덜 쓸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너무 주목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후보 시절 공화당 공약 및 정책을 분석해 보면 외교 분야에 있어 비중이 유럽과 중동, 아시아가 비슷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중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것이었기 때문에 유럽과 중동, 아시아에 분산되고 또 미국 자신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중국에는 좋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당선 이후 한 달간 그의 행보에서 그렇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중국이 예상한 정도를 뛰어넘는 너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핵심 이익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을 흔든 트럼프에 대해 이는 미·중 관계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대만 문제는 중국에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협상 카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현재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아직 대통령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시민의 신분으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만과 미국 사회의 민간 교류는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재 중국은 말로 경고하는 것 말고는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20일 취임 이후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 중국은 매우 주목하고 있다. 만약 취임 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중국은 아마 큰 액션을 취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취임 후 미·중 관계를 전망해 달라.

“물론 트럼프의 당선 이후 지금까지의 중국에 대한 공세적인 행동은 의외며 단기적으로는 충돌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지켜봐야 하며 시간이 흐르면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최근까지 트럼프가 중국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트럼프는 취임 후 네 가지 카드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무역·환율, 둘째는 대만, 셋째는 남중국해, 넷째는 러시아 카드다. 하지만 결국 모두 중국에는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중국은 무역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역 전쟁에 돌입하면 미국이 감당해야 하는 후과가 어느 정도일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중국은 대만 카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중국의 용인 한도를 넘어 지나치게 자극해 대만과 선을 넘으면 중국은 대만을 무력 통일해버릴 것이다. 단 몇 시간이면 된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지 않는 이유는 못 해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만을 무력 통일해버리면 게임은 끝이다. 남중국해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의 해군력은 일부 지역에서 미군보다 우세하다. 이 부분은 중국 군 현대화의 성과다. 중국은 지난 1999년 5월 8일부터 군 현대화를 시작했으며 1년 만에 중등 국가 수준의 해군력을 갖추게 됐다. 17년 동안 빠르게 발전해 온 결과, 이 지역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어졌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무력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카드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서로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관계는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두 나라 간에는 근본적으로 모순이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 반도를 합병한 건에 대해 미국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할 테지만 이는 결코 미국이 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냉전 이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했던 24개 국가가 크게 실망해 미국은 러시아를 얻고 다른 서방 국가들을 잃게 된다. 러시아는 또한 시리아를 원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가 들어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매우 가까워 러시아 카드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중·러 관계가 안 좋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 같은 셈을 한다면 중국을 상대로 4장의 카드를 쓰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초반에는 미·중 간에 충돌이 있을 것이고 번잡스러운 일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올해 양국 관계는 상당히 안 좋겠지만 1년쯤 더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

―미·중 관계의 변화에 따라 한국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영향이 있을지가 관심사다. 미·중 관계 악화가 한·중 관계에는 얼마나 영향을 주게 될까. 한국 내부의 정치적인 변화와 사드와의 관계를 중국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물론 한·중 간에 현재 사드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양국 관계가 악화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드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는 하나의 바둑돌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한·중 관계에 분명히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에 비해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주변국 외교 중에 아주 중요한 기초로 미·중 관계 악화에서 오는 영향은 결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요한 점은 미국이 결정하는 것인데, 사드 배치 여부가 한국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이 나온다 해도 결과는 배치일 것이다. 그에 대해 중국은 분명히 반응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한 발짝 더 들어왔다는 점도 있고, 둘째는 한국이 일본과는 달리 비교적 중립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와 달랐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실망했다. 셋째는 중국의 안보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반대하고 반응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드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정책을 전체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지금의 한·중 관계를 뒤집는 정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의 행동을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반대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한다. 중국 내 대부분의 전문가는 북한이 아직 핵무기 실전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현재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지만 북한을 적대적인 국가로 두려고 하지도 않는다. 미국은 북핵에 대한 레드라인이 있을 것이다. 미국은 자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 탄두 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레드라인에 닿는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외과수술식 공격 등 물리적 공격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중국과 한국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동의할 것인지, 동의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용납할 것인지 등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미국 측의 요소로 인해 올해는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가 높아지는 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한·중이 함께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을 것이다. 과연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찬성할지는 지금 말하기 어렵지만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한 번도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았는데, 과연 올해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있을까.

“올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시 주석이 추진하는 것은 북·중 관계의 ‘정상화’다. 정상화라는 말은 과거에 있었던 양국 간의 ‘특수화’를 없애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중국에서 특수한 대우를 받았다. 이제는 북한 지도자가 과거처럼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에 올 수 없다. 둘째는 핵문제를 놓고 양국이 크게 대립하고 있어 북한 지도자가 이에 대해 지금까지와 달라진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방중은 어려울 것이다.”

―올해 중국 외교의 역점, 혹은 외교상의 큰 행사나 정책상의 변화가 있을까.

“올해 가장 중요한 행사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다. 모든 초점이 19차 당대회에 방해가 되지 않는 데 맞춰질 것이다. 외교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골치 아픈 일,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대형 외교 이벤트로는 5월에 제1회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고위급포럼과 9월에 제9차 브릭스(BRICS) 국가 정상회의가 있다. 이 두 가지 역시 결국 성공적인 개최로 이후 열리는 당대회를 잘 치르는 쪽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글·사진 =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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