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이 가능해진 미래. 탑승객 5258명을 태운 초호화 우주선이 새로운 삶을 안겨줄 개척행성을 향해 가고 있다. 탑승객은 120년의 동면 후 깨어나도록 설계된 캡슐에서 잠자고 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두 남녀가 90년 먼저 깨어난다. 다시 동면에 들어갈 방법은 없고, 새 삶을 꿈꾸던 두 남녀는 우주선 안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할 위기에 놓인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배우 제니퍼 로런스와 크리스 프랫을 내세운 영화 ‘패신저스’(감독 모르텐 튈둠)는 일단 설정이 흥미롭다. 인공지능에 의해 조종되는 우주선은 완벽한 편의 시설을 갖췄으나 동면에서 일찍 깬 두 사람에게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감옥과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넓고 편안해도 그들의 삶은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행인 것은 근사한 남녀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그 옛날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처럼 서로를 통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고립무원의 위기를 타파해간다. 이 지점에서 제니퍼 로런스와 크리스 프랫의 역할이 빛난다.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 면에서도 성숙한 두 배우가 철저한 고독에 몸부림치다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키우며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여자주인공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과정에 남자주인공이 개입됐다는 설정은 두 사람의 관계에 위기로 작용하며 흥미를 돋운다.
하지만 1억2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패신저스를 선택한 관객들이 두 사람의 로맨스를 보기 위해 티켓값을 지불한 건 아닐 것이다. 정교하게 제작된 우주선 세트를 보는 맛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야기 구조는 헐겁다. 등장 인물의 갈등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한 SF물로 손꼽히는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 등의 뒤를 이을 작품이라는 홍보문구는 오히려 독이 될 듯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심오한 메시지, 다층적 갈등 구조를 섬세하게 풀었던 기존 공상과학(SF)물로 인해 눈높이가 상승한 관객들에게 패신저스는 ‘SF’보다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는 다소 싱거운 영화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제니퍼 로런스와 크리스 프랫이 연기하는 오로라 레인과 짐 프레스턴, 그리고 연기파 배우 마이클 신이 맡은 인공지능 바텐더 로봇은 매력적이지만 몇몇 캐릭터만으로 116분의 러닝타임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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