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기대면서 마음을 나누는 마을.’
지난해 11월 전북 군산시 회현면 대정리 서기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둘리, 짱구, 피카츄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로 가득 찬 벽화가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만화 캐릭터들 가운데 서기마을을 ‘사행시’로 표현한 이 문구는 마을 주민을 대신해 마을을 소개하는 듯했다. 농기계가 가득한 창고, 드넓은 논, 한적한 시골길 등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활기 넘치는 ‘젊은 농촌’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벽화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이날 서기마을의 명예 ‘문화이장’으로 위촉된 박수남 ㈜상상도가 대표다. 박 대표는 앞서 2주 동안 예술가를 꿈꾸는 청소년들과 함께 벽화를 완성했다고 했다. 박 대표가 서기마을의 문화이장으로 맡은 임무는 서기마을을 문화·예술이 접목된 생기 넘치는 농촌 마을로 가꾸는 것. 그는 “마을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벽화 앞을 지나는 마을 주민들, 학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벽화를 감상하거나 서로 안부를 묻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말 그대로 ‘서로 기대며 마음을 나누는 마을’로 만드는 것. 이는 박 대표와 마을 주민들 모두의 바람이라고 했다. 서기마을은 곡창지대인 군산 지역 내에서도 벼농사가 잘되는 부농 마을로 꼽힌다. 농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마을 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최근 이 마을에 위치한 회현초교, 회현중 등에 자녀를 보내려는 젊은 부부들이 몰려오면서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혁신 학교’로 지정된 이들 학교는 판에 박힌 공교육 틀에서 벗어난 교육을 제공하는 데다 학생들의 학업 성적도 우수해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강민 서기마을 이장은 “원주민과 최근 귀촌을 해온 젊은 가족들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데 어울리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이장 위촉식은 회현중 강당에서 발레공연과 함께 진행됐다. 박 대표는 위촉장을 받은 뒤 “문화·예술이 결합된 마을 만들기를 통해 침체된 서기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업과 농촌의 소중한 가치를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병선 서기마을 추진위원장은 “서기마을에 문화이장이 생겨 기대가 많이 된다”며 “주택과 건물 등이 낡고 오래돼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 가는 농촌 마을에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활기찬 농촌 마을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촉식에 참석한 김양원 군산시 부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귀농·귀촌이 활발해지고 젊은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면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오늘 행사를 계기로 문화이장과 서기마을이 좋은 인연이 돼 서기마을이 대표적인 문화마을로, 잘사는 마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촉식 후에는 마을 주민과 회현중 학생·교사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원국발레단’의 농촌 마을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을 관람한 마을 주민 유옥봉(여·61) 씨는 “발레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공연을 보니 즐겁다”고 말했다. 유창수 회현농협 조합장은 “문화이장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좀 더 손쉽게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길 바란다”며 “단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류를 이어가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품격 농촌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산 = 윤정아 기자 jayoon@
관련기사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