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대형화재로 피해를 입은 상인 손성봉 씨가 1일 현장 가림막에 시민들이 남긴 ‘희망 메시지’를 가리키며 “반드시 재기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대형화재로 피해를 입은 상인 손성봉 씨가 1일 현장 가림막에 시민들이 남긴 ‘희망 메시지’를 가리키며 “반드시 재기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 화재 피해 손성봉 씨 ‘새해 파이팅’

“참 기구한 운명이지요. 2005년 서문시장 대형화재 당시 전 재산을 잃었는데, 이번 화재로 또다시 싹쓸이 피해를 입었으니… 하지만 10여 년 전에도 그랬듯이, 반드시 재기해 시장 활성화에 한몫할 겁니다.”

지난 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만난 손성봉(62) 씨의 패딩 점퍼에는 아직도 그을음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손 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시장 화재 이후 이곳 가림막에 시민들이 적어놓은 ‘희망 메시지’ 게시판을 날마다 쳐다보며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화재 때 물건 한 개라도 더 건지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과는 손에 남은 시커먼 그을음뿐”이라면서도 “또다시 절망적인 상황을 맞았지만 재기를 위한 몸부림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문시장은 2005년 화재로 1190여 곳의 점포 소실, 689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으며 이번 화재는 점포 679곳(피해 추정액 1000억 원)을 집어삼켜 시장 전체가 아직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 씨는 서문시장과 오래전 인연을 맺었다. 그는 30여 년 전인 지난 1986년 지인의 소개로 시장 2지구에서 커튼 도·소매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5년 12월 29일 2지구 상가에서 큰불이 나면서 점포 내 커튼 원단(당시 8000만 원 상당)을 모두 잃었다. 손 씨는 “그때 경기가 좋지 않아 이 피해로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서 간신히 원단을 다시 확보, 대체 상가에서 장사를 하다 이듬해 4지구에 점포를 빌렸다. 15㎡ 남짓한 점포의 임차료는 월 100만 원. 그는 “딸, 아들이 학자금 융자와 아르바이트로 대학을 겨우 다닐 정도로 애먹었다”며 “당시 단 한 명도 보상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 서글펐지만,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판매망을 구축해 4년 전쯤 겨우 숨통을 틔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손 씨는 지난해 대형 화재로 다시 시련을 맞았다. 그는 “현장에서 두 눈으로 불타는 점포를 지켜봤다”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아직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2005년보다 피해 충격이 더 컸다. 연말 대목 장사를 위해 점포는 물론, 옥상 창고에 쌓아둔 1억2000만 원 상당의 원단이 모두 불탔다. 설상가상으로 점포에 둔 거래장부마저 화재로 사라졌다. 그는 “장사는 단골 확보가 중요한데, 이번 화마로 모든 것을 잃어 ‘심리적 그로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손 씨는 서문시장에서 뼈를 묻길 원했다. 그는 “점포를 기억하고 찾아와 손을 내미는 손님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터전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손 씨는 인터뷰 내내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4지구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동료 피해 상인들의 대체상가 마련 업무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의 피해 상인들이 한 달 넘도록 장사를 못해 생계가 막막하다”며 “하루빨리 대체 상가에 입주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손 씨는 “서문시장은 대구 최대 재래시장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데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며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반드시 재기해 시장에 다시 손님이 들끓도록 만들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구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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