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임신, 학교 계속못가
자퇴요구 엄마가 허락안해”
“삼성과의 후원계약 잘 몰라
주요내용 가려진채 사인만 해
삼성지원 6명중 1명으로 들어”
“아빠 비서실장으로 일할때
朴대통령 마지막으로 만났다”
덴마크에서 체포된,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는 3일 덴마크 현지에서 진행된 법원 심리와 언론 인터뷰에서 ‘엄마’인 최 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화여대 부정입학·학사 비리, 돈세탁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치밀한 법리 검토를 마친 듯 계산된 발언을 이어갔다. 정 씨는 불구속 수사를 전제로 한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히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거래’하려는 의도도 내비쳤다. 정 씨의 신병 확보는 입을 닫고 있는 최 씨의 입을 여는 지렛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금 기간 연장과 관련, 덴마크 올보르 법원의 심리에 출석한 정 씨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3시간가량 진행된 심리에서 정 씨는 아이와 관련한 진술을 할 때는 눈물을 쏟기도 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미리 답변을 준비한 듯 해명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 씨는 심리 중간 쉬는 시간에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발 빼기, 모르쇠 전략으로 대응했다.
◇부정입학 전혀 몰랐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 비리와 관련, 정 씨는 “2015년 임신해 학교에 못 가고 2016년에도 계속 못 나가 자퇴를 요구했지만 엄마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2016년 대학에 딱 한 번 가서 최경희 당시 총장과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를 만났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그때 내가 일찍 나오고 엄마가 조금 더 있다가 나왔다’며 “아웃(퇴학)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학점이 나와서 의아했다”고 모든 것을 최 씨의 책임으로 돌렸다. 아예 최 씨와 최 전 총장, 류 교수 등 사이에 오간 ‘거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주장으로 향후 특검 조사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삼성 특혜 지원도 모르는 일= 정 씨는 삼성의 특혜 지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최 씨에게 미루는 전략을 택했다. 정 씨는 “엄마가 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포스트잇으로 가리고 나에게는 사인만 하라고 했다”며 “엄마로부터 삼성이 6명의 승마선수를 지원하기로 했고 나는 6명 중 1명일 뿐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포스트잇으로 중요 내용을 가린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자신의 서명이 계약서에 남아 있는 현실을 고려한 대응이다. 한 변호사는 “정 씨의 발언들은 지금까지 밝혀진 수사 내용과 모순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신의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발언”이라며 “나중에 앞뒤가 안 맞는 진술로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이 이미 확보한 증거나 다른 관계자의 진술에 따라서는 이 같은 정 씨의 전략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초등학생 때 봐= 정 씨는 재산 의혹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대출 경위 등을 길게 설명했지만 이 역시 그간 제기된 돈세탁 의혹 중 해명 가능한 부분만 골라 언급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액의 국외 부동산을 취득한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이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을 뵌 것은 아버지(정윤회 씨)가 (박근혜 의원의 비서실장격으로)일할 때였다”며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때”라고 선을 그었다. 정 씨는 19개월 된 아들에 대한 양육 필요성 등을 내세우며 불구속 수사를 특검이 약속할 경우 자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 역시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중대 사건 수사에서 특정인을 위한 특혜나 편의를 제공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법 절차에 따라 정 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 특검 입장에서는 정 씨의 신병 확보가 최 씨의 입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씨는 아예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 씨는 딸의 체포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 씨가 체포됨에 따라 그동안 버텨 온 최 씨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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