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없는 마지막 수단’ 오해
10년새 사용비율 42배 증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우울증을 앓던 이모(여·28) 씨는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고 사기그릇에 번개탄을 피웠다. 그러나 덜컥 겁이 나 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친구가 즉시 119에 신고한 덕에 이 씨는 생명을 잃지 않았다. 이 씨는 “목숨을 버리려고 시도하다 실패하더라도 투신 등에 비해 (번개탄이) 후유증이 적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캠핑용품 중 하나로 사용되는 번개탄은 대형마트와 인터넷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편안하게 목숨을 끊는 방법’이라는 잘못된 통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번개탄을 택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번개탄을 사용한 자살자는 2004년 50명에서 2014년 2125명으로 늘었다. 무려 42.5배다. 2008년 한 연예인이 번개탄을 이용해 목숨을 끊은 것도 ‘번개탄 자살’ 급증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번개탄 포장지에 자살예방 문구를 넣거나 담배처럼 상점에서 소비자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진열하는 등의 방안을 제도화할지 검토 중이다. 이미 대만과 일본에서는 번개탄 구매 시 사용 목적과 장소를 점원에게 알려야 하고, 홍콩에서는 실외에서 취사할 때 번개탄 대신 전기 그릴을 이용하도록 권고하는 등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번개탄을 이용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대로 알리는 게 규제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번개탄을 이용해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할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 후유증으로 인해 팔다리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힘이 없어지는 증상(서동증)은 물론, 기억력 저하와 간질 등의 심각한 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번개탄 자살은 ‘잠자듯이 편하게 가는 방법’이라는 오해가 있다”며 “하지만 번개탄 자살 시도자 대부분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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