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2000명에 2년간 제공
시범 실시 성공땐 확대 계획

기존 복지 비용 증가 불구
실업해소 한계 지적에 시행

유럽 각국 논의…반대도 많아
아이슬란드·加 도입 논쟁중
스위스는 국민투표서 부결돼


핀란드가 2017년 새해를 맞아 세계 최초로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 실험에 착수했다. 세계 각국에서 기본소득보장제를 둘러싸고 불평등 해소 및 복지 비용 감소 효과를 내세운 찬성론과 도덕적 해이 및 재정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반대론이 팽팽한 상황이어서 핀란드의 실험 결과가 주목된다.

2일 AP통신과 CNN머니 등에 따르면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 중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이달부터 앞으로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1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 시범 실시 단계이기는 하지만 기본소득보장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핀란드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기본소득 지급에는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이 없으며, 수급자들이 2년 안에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기본소득은 전액 지급된다. 또한 수급자들은 지급된 기본소득의 사용처를 보고할 의무도 지지 않는다. 수급자들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핀란드 1인 평균 월 소득인 3500유로(약 442만 원)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보장제 실험에 들어간 것은 기존 복지제도가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복지 비용을 증대시킨다는 지적 때문이다. 2015년 11월 현재 핀란드 인구 550만 명 중 21만3000명이 실업자로, 실업률이 8.1%나 된다. 이에 대해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들이 실업 수당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잃을 것을 우려해 구직에 적극적이지 않은 탓이라고 보고 있다.

핀란드 정부 관계자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급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수급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도전에 나설지, 아니면 기본소득에 만족해 아무 일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는 실험 결과를 지켜본 뒤 기본소득보장제를 프리랜서나 소상공인, 임시직 근로자 등 저소득층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럽 등 복지 비용 부담이 높은 국가들은 기본소득보장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반대론이 만만치 않아 실제 도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캐나다 등은 기본소득보장제 시범 실시안을 놓고 여전히 논쟁 중이다.

스위스는 지난해 기본소득보장제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스위스는 지난해 6월 모든 국민에게 최저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법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76.9%가 반대해 부결됐다. 26개 칸톤(Canton·州) 모두에서 반대표가 많았다.

스위스 기본소득법에 구체적인 기본소득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국민투표를 추진한 시민단체들은 성인의 경우 2500스위스프랑(약 295만 원), 미성년자는 650스위스프랑(약 77만 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본소득법 도입 시 기존 복지제도를 대거 축소하거나 세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적 여론이 퍼지면서 부결됐다. 스위스 정부는 기본소득법 시행 시 연간 2080억 스위스프랑(약 245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