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린이 전언을 마쳤을 때는 오후 9시 반이 되어갈 무렵이다. 헛기침을 한 서동수가 안종관을 보았다.

“안 특보는 좀 염치가 있어야 돼.”

놀란 안종관이 긴장했을 때 서동수의 한국말이 이어졌다.

“눈치가 없으면 염치도 없어져. 지금쯤 일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아, 예.”

서둘러 일어서던 안종관이 메모하던 수첩을 떨어뜨렸다. 그 순간 투박한 얼굴이 붉어졌다. 시선을 내린 안종관에게 서동수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내가 다 알아. 나 약 올리려고 꾸물거리면서 안 일어난 것.”

“아, 아닙니다.”

안종관이 손까지 저었을 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자꾸 필요 없는 말만 물어보고 말이야…….”

“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몸을 돌린 안종관의 등에 대고 서동수가 말했다.

“농담이야, 이 사람아. 하지만 난 좀 급해. 이런 경우는 참 오랜만이야.”

안종관이 몸을 돌리지도 않고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미소 띤 얼굴로 린린을 보았다. 어느덧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나, 오늘 너하고 같이 있어도 되지?”

“네, 각하.”

린린도 웃음 띤 얼굴로 시선을 받는다.

“각하께선 참 정직하세요.”

“정직하다고 칭찬받는 세상이 되면 안 되는 거다.”

“아세요? 각하의 시선을 받으면 몸이 뜨거워져요.”

“음, 너하고 호흡이 맞는 것 같구나. 난 네가 숨 쉬는 것만 봐도 열이 난다.”

“거짓말.”

“금방 정직하다고 했지 않느냐?”

“과장이 심하세요.”

“아니다, 린린.”

서동수가 지그시 린린을 보았다. 9호 안가도 역시 김동일한테서 양도받은 연방대통령 숙소 중 하나다. 연방정부는 미안해서 북한 정부에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본채에다 경호동, 직원 숙소동, 수영장과 헬기장까지 갖춘 완벽한 구조다. 이곳은 본채 응접실이다. 금방 안종관을 쫓아냈으므로 본채 안에는 둘뿐이다. 그때 린린이 물었다.

“각하, 제가 옆으로 갈까요?”

“아니, 잠깐만.”

호흡을 고른 서동수가 린린을 보았다.

“그대로 있어 줄래? 너하고 이렇게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좋으실 대로 하세요, 각하.”

“목소리가 곱구나, 린린.”

“목소리는 본래 타고났지요. 꾸미지 않았습니다.”

“다른 건 꾸몄단 말이냐?”

“몸매, 행동, 머릿속의 지식까지 다 배우고 단련시키고 꾸몄지요.”

“그렇구나.”

“침대에서의 기교도 배웠습니다.”

“배운 것을 써먹어 보았느냐?”

“한번 썼습니다.”

“그렇구나.”

“각하께서 원하신다면 저에게 두 번째 남자가 되십니다.”

“영광이다.”

“이런 말씀은 처음 드려요.”

“네가 최고급 전문가라고 들었다.”

“저도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직이 최고의 수단이지.”

그때 린린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물었다.

“각하, 저, 벗어도 될까요? 말을 하다 보니 더워졌어요.”

“오, 그럼 벗어야지.”

자리에서 일어선 린린이 차분한 동작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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