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정치적으로 격변의 한 해였던 지난해의 사건들이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올해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 같다. 국내외 정치권의 세력 판도는 국내외 경제 기반을 흔들 것이고, 우리 기업들은 격랑 속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 정국과 내수 위축 그리고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이 위협적이다. 가계부채 증가와 고용·소득의 불안정이 투자와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내수 위축이 심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신고립주의가 부활할 조짐이다. 유럽의 주요국들도 올해의 총선·대선 결과에 따라 보호무역을 강화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혼탁한 국내 정치·사회적 여건 속에 대기업 경영주들이 시무식에서 한 신년 인사말은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신년사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의 포부와 계획 그리고 당부의 말을 담고 있어 현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 미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신년사에는 몇 가지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 눈에 띈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을 언급한 부분에서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세계 시장의 성장세는 둔해지고 있으며, 기업 간 경쟁은 심해지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경제지도의 판도를 바꿀 4차 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도 언급하고 있다. 급변하지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경영 환경에서의 위기 돌파는 ‘변화와 혁신’에서 찾고 있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투명 경영과 사회 공헌 활동 강화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국민행복에 기여하자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먼저, 그동안 잘 해왔던 핵심 분야를 소홀히해서 신뢰를 잃었던 쓰라린 경험을 교훈 삼아 경영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큰 문제가 없었던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로 꾸준한 성과를 내어 추종 기업들을 멀리 따돌리겠다는 다짐을 한다. 즉,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품질을 개선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판매와 서비스 분야의 혁신을 통해 기업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주력 사업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 구조 및 방식의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변화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재구성하고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해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면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것이다. 변화를 위해 경영 시스템의 혁신과 창의적인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당부다.

재계 경영주들의 신년 인사말이 그대로 현실이 돼 우리 경제가 활로(活路)를 찾으려면 기업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치권은 경제권을 유혹하고 강요하거나 흔들지 말아야 하며, 정치 목적이나 사적 이득을 위해 경제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 정부는 반기업 규제를 풀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 여력을 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수출 지원을 강화하고, 무역보호주의에 대응하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촉진해야 한다.

기업이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도 기업을 친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한편,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고 공정하게 평가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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