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400일 앞으로 다가왔다.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며 개최국으로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종전 최고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의 금메달 6개, 은 6개, 동 6개로 종합 5위.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선 그러나 금 3개, 은 3개, 동 2개로 ‘반토막’나면서 종합 13위로 주저앉았다. 동·하계올림픽을 합하면 서울올림픽의 종합 4위(금 12개, 은 10개, 동 11개)가 최고다. 국가대표들은 평창에서 금 8개, 은 4개, 동 8개를 획득해 다시 한 번 종합 4위를 달성하기 위해 굵디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파장이 평창에까지 미쳐 평창동계올림픽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조양호 전 평창동계올림픽위원장이 사퇴압력을 받아 물러났고, 최순실 일가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준비 과정에서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기업의 후원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국가대표들의 정상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쾌속 질주는 막을 수 없다. 전통적인 메달밭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과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에서 2016∼2017시즌의 승전보는 계속 날아들고 있다. 이대로 쭉 경기력을 유지하고 보완한다면, 평창에서 동계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쇼트트랙은 여자부에서 세계 최강을 유지하고 있다. 쌍두마차인 심석희(20·한국체대)와 최민정(19·서현고)은 2016∼2017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나란히 ‘4연속 2관왕’에 올랐다. 심석희는 주종목인 1500m에 4차례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민정은 1000m 2회, 1500m와 500m 1회씩 1위에 오르며 전 종목에서 우승했다. 최민정은 한국의 취약 종목인 500m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고, 이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부 전 종목(금 4개) 석권도 노려볼 만하다. 여자 3000m 계주 역시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빼앗기지 않았다. 여자부에 밀렸던 남자부도 힘을 내고 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관왕 이정수(28·고양시청)가 월드컵 3, 4차 대회 1500m에서 연속 1위에 오른 건 무척 고무적인 일. 2차 대회 1000m에서 임경원(24·화성시청)과 황대현(18·부흥고)이 나란히 금, 은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전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메달 획득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페이스가 높아지고 있어 소치동계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남녀 매스스타트에서 동반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장거리 간판인 이승훈(29·대한항공)은 올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 1개, 은 1개, 동 1개를 목에 걸면서 월드컵 랭킹 1위에 올랐다. 여자 매스스타트의 김보름(24·강원도청)은 4차례 월드컵에서 금 2개, 동 2개를 획득하며 모든 레이스에서 입상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는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종목으로, 자리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돼 쇼트트랙과 유사하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전환했다. 여자 500m에서는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스켈레톤에서는 윤성빈(23·한국체대)의 금메달 꿈이 무르익고 있다. 윤성빈은 지난달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펼쳐진 2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9월 스켈레톤에 입문한 윤성빈은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고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 랭킹 2위에 올랐다.

봅슬레이 2인승 역시 금빛 전망을 밝히고 있다.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BS연맹)는 지난 시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대회를 동메달로 출발했다.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4위를 기록해 아쉽게 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파일럿 원윤종이 해외 전지 훈련 중 썰매가 전복되며 부상당해 훈련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부상에서 거의 회복하고 있어 남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김동현(20)-전정린(28·이상 강원도청)도 봅슬레이 2인승 1차 6위, 2차 7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윤종-김진수(22)-오제한(26·이상 국군체육부대)-전정린으로 구성된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은 2차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해 메달권에 근접했다.

설상 종목에서는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메달 탄생이 기대된다. 이상호(22·한국체대)는 지난해 12월 15일 이탈리아 카레차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4위에 올랐다. 메달은 놓쳤지만,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고 성적이다. 이상호의 종전 월드컵 최고 성적은 지난 시즌에 거둔 12위다.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컬링 역시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여자 대표팀인 경북체육회 팀은 월드컬링투어 여자 랭킹에서 11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여자 대표팀이었던 경기도청팀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컬링은 동계 종목 중에서도 경기장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 중 하나다. 개최지 이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이변을 기대해 볼 만하다.

본격적으로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가동된 지원 체계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6일 제1차 평창동계올림픽 경기력향상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훈련 대책을 논의했다. 이기흥 체육회장이 TF팀장을 직접 맡아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문제점은 조속히 수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특히 “동계 종목 경기단체 회장사와의 핫라인을 구축해 종목별 대표팀의 훈련 등과 관련해 빠르게,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한스키협회는 롯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삼성,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한라가 회장사다.

가장 중요한 건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의 훈련이다. 동계 스포츠는 종목의 특성상 경기력과 시설은 함수관계를 지닌다. 빙질, 설질에 적응하는 것과 적응하지 못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에 비유할 수 있다. 개최국의 이점을 100% 누리기 위해선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을 훈련장으로 이용해야 한다. 올림픽 경기장에서의 훈련엔 비용이 발생하며, ‘교통 정리’는 끝났다. 테스트이벤트와 올림픽의 경기장 운영 비용은 조직위가 부담하고, 국가대표 훈련을 위한 비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각 경기연맹으로부터 올해 훈련 계획을 통보받았다”며 “종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하계 지상 훈련이 끝난 9∼11월부터 올림픽 경기장에서 적응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경기장 운영비는 6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동계 종목 기량 향상을 위해 올해 투입되는 훈련비는 지난해보다 50억 원이 늘어난 210억 원이다. 소치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2013년(100억 원)의 배 정도다. 체육회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듬해인 2012년부터 동계 훈련비를 별도로 편성하고 있다. 태릉선수촌 관계자는 “2012년에는 지원을 받는 대표 선수가 140여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240명이 넘는다”며 “훈련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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