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현대캐피탈서 옮기며
“그만둘 때 아니다” 결심

세트당 블로킹 0.738개 1위
친정 울리는 ‘철벽’ 재탄생

팀 주축 성장 ‘제2 전성기’
“한전은 더이상 약체 아니다”


“새로운 전성기라는 칭찬이 쑥스럽네요.”

윤봉우(35·한국전력·사진)가 만년 하위 한국전력을 우승 후보로 탈바꿈시켰다. 윤봉우는 남자 프로배구 통산 블로킹 2위(776개)인 ‘마운틴 블로커’.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던 철벽. 그런데 2015∼2016시즌엔 플레잉 코치가 됐다. 주전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

그래서 윤봉우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큰 결심을 했다. 2003년 입단한 현대캐피탈에서 14년 동안 머물었지만 이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윤봉우는 “고민이 많았지만 아직 그만둘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6월 팀을 옮겼다”고 밝혔다.

윤봉우는 한국전력으로 옮긴 뒤 제2의 배구 인생을 가꾸고 있다. 지난 시즌 36경기 중 21경기(51세트)에 투입됐지만, NH농협 2016∼2017 V리그에선 3일까지 팀이 치른 19경기(80세트)에 빠짐없이 출장했다.

게다가 개인 성적은 무척 좋다. 윤봉우는 세트당 블로킹 0.738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 신영석(현대캐피탈·0.582개)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윤봉우는 블로킹 타이틀을 획득한 적이 없다. 2013∼2014시즌을 포함해 블로킹 2위를 3차례, 2009∼2010시즌을 포함해 3위를 2차례, 그리고 2010∼2011시즌엔 4위였다. 2008∼2009시즌엔 1위에 0.47개 뒤졌고, 2013∼2014시즌엔 0.175개 뒤져 아쉬움을 삼켰다.

올 시즌 생애 첫 블로킹 타이틀에 우승까지 윤봉우는 ‘2관왕’을 내심 노리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7개 구단 중 5위였다. 역대 가장 좋은 팀 성적은 3위(2014∼2015시즌). 그런데 올 시즌은 다르다. 한국전력은 3일까지 14승 5패(승점 37)로 2위다. 1위인 현대캐피탈(13승 7패·승점 39)과의 승점 차이는 2에 불과하다. 3위인 대한항공은 13승 6패, 승점 37. 3개 팀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한국전력이 3강에 끼일 수 있었던 건 윤봉우의 합류 덕분. 한국전력은 올 시즌 세트당 2.75개의 블로킹을 챙겼다. 팀 블로킹 1위. 지난 시즌 세트당 2.21개의 블로킹으로 6위에 머문 것과는 대조된다. 블로킹 득점 기여율은 12.33%에 이르러 지난 시즌(9.9%)보다 크게 늘었다. 윤봉우의 팀 내 블로킹 점유율은 26.1%로 가장 높다.

윤봉우는 특히 ‘친정’인 현대캐피탈의 천적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 통산 12승 59패로 열세였지만 이번 시즌 치른 4경기에선 모두 승리했다. 윤봉우가 오랫동안 몸담은 현대캐피탈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 윤봉우의 올 시즌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한 공격 성공률은 60.61%, 블로킹 성공률은 29.4%에 이른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주포 문성민(31)을 상대로 한 블로킹 성공률은 42.86%에 달한다.

윤봉우는 올 시즌 활약의 비결로 ‘동료’를 꼽았다. 윤봉우는 “팀 수비가 전체적으로 안정됐기에 다른 걱정 없이 빠르게 판단하고 블로킹에 전념한다”며 “한국전력에 온 지 1년도 안 됐지만, 동료들과 자주 대화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경험도 막강 블로킹의 비결. 윤봉우는 “젊었을 때는 블로킹 타이밍을 자주 놓치고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며 “이제는 몸에 힘을 뺀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맞출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봉우는 “이제 한국전력은 약체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힘을 합치면 어떤 고비도, 장애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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