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단편소설집 ‘화요앵담’ 펴낸 안영실
소설 1편이 손바닥책 5쪽 분량
중·장편에 부담 느끼는 독자들
접근 쉽도록 한 독특한 형식
많은 에피소드는 거의 내경험
수험생 아들과 공부하고 글써
차기작은 신라 진평왕 이야기
“스마트 소설은 쓰고 싶은 게 많은데 줄여야 하는 게 고민이지요. 그래도 주부·엄마 소설가에게 적합한 장르예요.”
독특한 형식의 소설집이 나왔다. 안영실(58) 작가가 펴낸 ‘화요앵담’(火曜櫻譚·헤르츠나인). 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라는 뜻이다. 작품 1편의 분량이 고작 손바닥만 한 크기 책의 5∼6쪽이 전부. 단편소설 중에서도 가장 짧은 초단편소설, 스마트 소설 혹은 미니픽션이라고 불린다.
안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만 굳이 단편이 아닌 초단편, 스마트 같은 용어를 쓰며 구별하지만 실은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짧아도 그 안에는 장편 이상의 여운이 숨어 있다”면서 “중·장편의 분량에 부담을 느끼는 소설 독자들에게 접근이 쉽도록 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몇 편을 꼽아보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안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이야기다. 시골 마을의 철수와 순이 부부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그런데 한여름 어느 날, 밭일하던 철수가 아내 순이의 뒷모습에 반해 안절부절못하니 어머니가 “정신 못 차리겠으면 퍼뜩 집에 다녀오든가”라고 말한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철수는 아내에게 달려간다. 이윽고 밭으로 돌아온 철수에게 어머니는 “그래 좋나?”라고 물으며, 젊어서부터 홀로 키운 아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나 철수는 어머니의 간절한 표정을 살필 겨를도 없다. 그건 순이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사랑의 색깔과 깊이는 모두 다르다는 의미 같다.
‘늑대가 운다’는 늑대처럼 울부짖는 개 ‘숙희’를 바라보는 나의 이야기다. 살림하면서 동시에 글을 쓰는 나는 마치 숙희 같다. 숙희가 마당에서 혼자 끙끙거릴 때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고 끙끙거렸고, 숙희가 주인의 발소리만 듣고도 반기듯이 나도 남편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잽싸게 1층으로 내려가 반겼다. 그리고 내가 외로움에 지쳐 성가를 부르며 하늘을 우러를 때 숙희도 나를 따라 울부짖는 것 같았다.
안 작가는 “1996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2005년 한국미니픽션작가회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하기 전까지 글쓰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살림하는 주부이자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짐이 유난히 무거웠기 때문”이라며 “많은 에피소드는 대체로 내 경험에서 나왔고, ‘늑대가 운다’ 속 집을 지키는 여자는 곧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고추장과 나비’ 역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안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화자인 나는 해마다 초겨울이면 친정어머니와 함께 고추장을 담근다. 엿기름을 걸러놓고 찹쌀을 불리고 항아리를 말린다. 찹쌀죽을 끓여 메줏가루에 붓고 그 뒤에 고춧가루를 섞는다. 소설이 하나의 레시피 같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 일상과 닮은 고추장 담그기의 ‘묵은 맛’이 배어 있다.
안 작가는 “그동안 수험생이던 아들하고 똑같이 공부하고 글을 썼다. 그러다가 4년 전 아들의 대학 입시가 끝난 뒤로는 훨씬 여유 있는 생활을 하게 됐다”며 “최근 신라시대 진평왕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장편 역사소설을 탈고했다. 종교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간 민초들의 이야기다. 조만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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