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고려 무사 김신(공유)은 백성의 염원으로 부활하여 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 신이 김신에게 내린 불멸은 상이면서 벌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모든 죽음을 기억하며 홀로 불멸의 삶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김신은 불멸의 삶을 끝내고 무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의 가슴에 꽂힌 검을 뽑아줄 신부를 찾는다.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라는 말 속에 900년이 넘는 세월을 살던 김신은 어느 날 자신을 도깨비 신부라고 소개하는 열아홉 살의 여고생 지은탁(김고은)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김신은 삶을 끝내고 싶은 의지와 사랑하는 사람과 좀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김신과 지은탁은 운명으로 맺어진 관계다. 김신은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도깨비이다. 하지만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어가면서도 배 속의 아기만이라도 살리고 싶어 하는 임신부의 간절한 호소에 김신의 마음이 흔들리면서 운명적인 인연이 시작된다. 김신이 임신부를 구해줘서 태어난 아기가 바로 지은탁이었던 것이다. 지은탁은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죽은 영혼들이 보였고, 그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늘 외톨이였다가 김신을 만나면서 자신이 도깨비 신부가 될 운명임을 알게 되었다.
김신이 무로 돌아가지 않으면 지은탁이 죽고, 지은탁이 검을 뽑으면 김신이 무로 돌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저승사자가 됐는지 모른 채 망자들의 혼을 저승으로 보내던 저승사자(이동욱)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부주의한 도깨비와 발랄한 도깨비 신부, 개념을 상실한 저승사자와 도깨비방망이 덕분에 금 유통 재벌가에 태어난 유덕화(육성재)가 한 집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로맨틱코미디답게 경쾌하면서도 달콤하다. 지은탁이 아르바이트하는 치킨 가게 사장 써니(유인나)와 저승사자의 어설픈 로맨스에 써니가 김신의 여동생 김선이었다는 전생의 인연이 밝혀지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도깨비와 저승사자, 그리고 영혼을 보는 도깨비 신부와 환생 등 이 드라마에서 차용하고 있는 판타지 장치들은 특별히 새롭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익숙한 상황과 장치들로 인생을 성찰하는 과정은 각별히 주목할 만하다.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양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려다가 도깨비의 만류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았던 소년이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어 찾아와 나누는 대화가 방증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기적의 순간을 잊지 못하고,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마치 기적을 맡겨 놓은 것처럼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의 선택만이 정답”이라는 도깨비의 말은 새해 덕담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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